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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돈 좀비기업에 퍼주다 부메랑 맞는 월가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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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줄파산, AI 공습에 사모대출 환매 요청 잇따라
위기감에 모건스탠리·클리프워터 절반만 반환
코브라이트·PIK 조건 남발...개인 진입도 문제
유가 100달러 시대, 3월 금리 동결 기정사실화
“한국도 참전하라” 이란 전쟁 확전 여부 주목
서울경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사모대출 펀드 부실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16년간 급속히 성장한 사모대출 시장이 최근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쇄도에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환매 요청을 모두 받아주던 운용사들이 이제는 그 한도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투자 대상 기업의 줄파산과 인공지능(AI)의 위협이지만 월가에서는 대출 조건, 이자 상환 방식, 투자자 구성 등 시장 구조 자체에도 취약점이 수두룩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장부상 몸집을 불리기 위해 부실 위험을 안은 기업들에 경쟁적으로 돈줄을 대놓고 중도 환매가 가능한 개인투자자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여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이번주에는 기준금리를 결정할 17~18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주목할 행사다.

몰려드는 사모대출 펀드 환매 요청...모건스탠리·클리프워터는 절반만 돌려줘
서울경제

지난 11일(현지 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은 모건스탠리가 이날 사모대출 관련 펀드 환매 한도를 투자자들의 실제 요청보다 적게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사모펀드 ‘노스 헤이븐 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액이 순자산가치(NAV)의 10.9%까지 늘어나자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요구분의 45.8%만 수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에게 1억 6900만 달러만 반환했다. 이론적으로는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요구분을 모두 돌려줄 수도 있으나, 일단은 펀드 정관에 명시된 분기별 환매 한도인 5%만 돌려줬다. 노스 헤이븐 펀드는 미국 중견기업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형태의 사모대출 상품으로 총자산(AUM)은 76억 달러(약 11조 원)에 달한다. 모건스탠리는 서한에서 “노스 헤이븐 펀드는 1월 31일 기준으로 22억 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3년간 연평균 순수익률 8.9%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클리프워터의 주력 사모대출 펀드 ‘클리프워터 기업대출 펀드’ 역시 1분기에 전체 지분의 14%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받고 한도를 7%로 설정했다. 이 펀드는 분기별 환매 한도가 기본적으로 5%이지만, 이사회의 재량에 따라 최대 7%까지 상향할 수 있는 상품이다.

클리프워터 기업대출 펀드는 4000개 이상 미국 중견기업의 선순위 담보부 대출에 주로 투자하는 세계 최대 폐쇄형(인터벌) 펀드다. 총자산 규모만 330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른다. 클리프워터는 개인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 등을 겨냥한 사모대출 펀드로 최근 몇 년간 해당 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한 운용사다. 모건스탠리와 클리프워터뿐 아니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자회사인 HPS인베스트먼트도 최근 사모대출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환매 요청을 모두 수용하지 않고 5%의 한도를 그대로 적용했다. 클리프워터의 창업자인 스티븐 네스빗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투자자 서한에서 “7%가 지급할 수 있는 최대치”라며 “2019년 6월 이후 연평균 약 9.4%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순자산가치 대비 유동성은 21%”라고 소개했다.

최근 사모대출 펀드에 대해 투자자 환매 요청이 쏟아지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각한 과잉 신용 우려에 AI에 따른 업종 파괴 공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일부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환매 요구 규모가 이제 10%를 넘을 정도로 커지자 이를 일정 선에서 관리하는 쪽으로 자세를 고쳐잡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경우는 이달 2일 사모대출 펀드 ‘BCRED’의 자산 7.9%에 해당하는 총 38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 규모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바 있다. 블루아울과 아레스매니지먼트도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한도를 초과한 환매 요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블루아울의 경우는 운영 펀드 가운데 하나의 환매는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9~10월 사모대출 펀드 투자로 큰 손실을 입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무하마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지난달 19일 X(옛 트위터)에서 블루아울의 펀드 환매 중단 소식을 거론하며 “지난 2007년 8월과 유사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 경고 신호)’ 순간이 아닌가”라고 썼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월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 펀드 3개의 환매를 전격 중단한 사실을 환기한 발언이었다.

좀비기업에 돈잔치...‘환매 가능’ 개미에 길 터줘 위기 자초
서울경제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하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투자전략가 역시 지난 12일 투자자 노트에서 사모대출 부실 문제를 거론하며 “올해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2008년 중반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우려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2007년부터 시작된 가운데 국제 유가는 중국의 수요 급증과 투기적 자본 유입으로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올라갔던 금융위기 직전 상황과 현재를 비교한 발언이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6개월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지수는 9.12% 하락해 같은 기간 2.12% 상승한 S&P500지수 수익률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최대 실적 행진을 벌이고도 금융지수 성과가 부진했던 것은 이 기간 사모대출 폭탄을 안은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블루아울(-53.69%)을 비롯해 아레스매니지먼트(-45.37%), 블랙스톤(-44.44%), KKR(-42.01%),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25.57%) 등은 지난해 9~10월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즈와 비우량 자동차담보대출 업체 트라이컬러·프리마렌드가 잇따라 파산 신청을 한 뒤부터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다. 에버코어 ISI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들의 주가 하락은 경기 침체와 대출 손실 증가에 대한 공포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현 사모대출 시장의 첫 번째 문제로 꼽는 부분은 재무적 걸림돌이 사실상 없다시피 돼버린 대출 계약 조건이다. 특히 운용자금 규모를 키우려는 사모펀드들이 거래를 따내기 위해 이른바 ‘코브라이트(재무조항 완화형)’ 대출 조건을 경쟁적으로 내걸면서 기업의 부실을 펀드가 떠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코브라이트 대출은 과거 대형 우량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나 활용하던 특혜성 조건이다. 그러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계기로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자 사모펀드들이 이를 신용이 불확실한 비상장 중견기업 대출 시장에도 확대 적용하기 시작했다. 운용사가 돈을 빌린 기업의 재무조건에 간섭할 여지를 스스로 줄인 결과 회사의 부채가 펀드의 빚으로 옮겨붙는 현상이 속출하게 됐다. 로펌 에버셰즈 서덜랜드의 벤 데이비스 사모대출 부문 책임자는 “사모대출 회사들이 올해에도 거래를 따려고 대출 조건을 완화하거나 아예 아무런 제약 조건도 두지 않는 방식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사모대출 시장의 두 번째 문제는 늘어나는 PIK 대출이다. PIK는 현금 여력이 없는 좀비 기업들에 이자를 주식이나 채권으로 대신 갚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운용사들은 이자 수익을 현금으로 받지도 못하면서 장부상으로만 이를 기재해 부실을 방치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사모대출 시장 전체에서 5.2%를 차지했던 PIK 대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11%까지 올라갔다. 나아가 부채만 늘리고 기업가치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부실 PIK의 비중은 2021년 4분기 2.5%에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6.1%, 6.4%로 상승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산하 독립 기구인 금융연구국(OFR)은 이달 12일 보고서를 내고 사모대출 펀드의 차입금이 34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사모대출 펀드들이 다른 데서 돈을 빌려 기업에 대출해준 숨겨진 레버리지 리스크 또한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추정이었다.

사모대출 시장은 여기에 최근 개인 투자자금의 불안정성 문제까지 직면했다. 애초 사모대출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형태의 상품에 7~10년 정도 자금을 묶어 두는 기관투자가들만의 폐쇄형 시장이었다. 이후 기존 큰손인 연기금이나 보험사들의 출자가 한계에 다다르자 운용사들은 공모 채권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패밀리오피스로 시장을 확대했다. 사모펀드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초저금리 환경이 조성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일반 개인들에게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급전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분기별로 순자산가치(NAV)의 5% 정도를 환매할 수 있는 준유동성 상품을 남발했다. 이때부터 개인 자금이 수익을 내기 힘든 부실 기업들에 대거 들어가고 투자를 받은 회사는 현금이 아닌 현물로 이자를 갚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사모대출 시장에서 비대해진 개인 자금은 지난해 하반기 잇딴 기업 파산과 올 1월 12일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코워크’ 출시를 기점으로 전체 금융시장을 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모닝스타의 잭 섀넌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의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17~18일 FOMC는 금리 동결 기정사실화....이란 전쟁과 유가 흐름이 최대 변수
서울경제

이란 전쟁과 사모대출 불안이 시장을 흔드는 상황에서 이번주에는 17~18일 연준의 FOMC 회의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월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기에 연준이 침체보다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3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98.1%로 반영했다.

월가는 외려 FOMC 위원의 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이란 전쟁 이후 첫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자 지명 이후 이란 전쟁 변수가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가 관건이 된 분위기다.

16~19일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GTC 콘퍼런스도 이번주 증시에 중요한 재료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에 나서는 18일이 하이라이트다.

주요 지표로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8일에 나온다. 같은 날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도 나온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3강을 형성하는 기업인 만큼 이 회사의 실적은 우리나라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주에도 역시 증시의 최대 변수는 이란 전쟁과 국제 유가 흐름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미군에 지시해 이란의 석유 통로인 하르그 섬을 공습했다. 이란은 이에 곧바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 허브인 푸자이라 항구를 공격하며 맞불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한국·중국·프랑스·일본·영국 등 5개국을 거론하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된 상태로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사실상 참전 요구를 한 셈이다. 아마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위기와 월가 내부 신용 문제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이번주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걸프 국가들의 반격과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참전 요청으로 이란 전쟁이 세계적인 확전 양상을 띨지 여부도 주목할 지점이다.

서울경제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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