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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새 이주민 5명 사망… "인종차별 만연 나라, 우리도 같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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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bada@pressian.com)]
2월 24일 37살 베트남 노동자 두옹 반 탄, 전남 영암 선박부품제조 현장 아르곤 가스에 노출돼 사망

2월 28일 35살 캄보디아 노동자 톰 소띠에, 전남 영암 대한조선소 현장 선박블록에 깔려 사망
3월 10일 23살 베트남 노동자 응웬 반 뚜안, 경기 이천 자갈공장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3월 12일 24살 태국 노동자 티타완, 전북 부안 플랜트 공장 기계에 목이 끼여 사망

3월 13일 30대 미얀마 노동자, 경기 김포 공장 기숙사에서 숨진 채로 발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터에서 열린 '2026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는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민 3명의 영정사진을 한편에 마련해 놓은 채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모두 최근 2주 새 산재 사망한 이주노동자였다.

이날 대회엔 결혼 이주 여성부터 난민, 유학생, 원어민 강사, 그리고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까지 14명의 이주민과 이주 인권 활동가가 무대에 올라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를 고발하며 "인종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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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한 이주노동자 두웅 반탄(왼쪽), 응웬 반 뚜안(중간), 톰 소띠에 씨의 영정 사진. ⓒ프레시안(손가영)



10여 년 전 한국에 정착한 결혼 이주 여성 나하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사는 한국을 향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차별과 편견이 그대로라면 그 사회는 과연 공정한 사회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주여성은 상품도, 아이를 낳는 도구도, 필요할 때 쓰는 노동력도 아닌 같은 인간"이라며 "우리는 일하고, 세금도 내고, 가정을 돌보며 이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차별과 멸시를 겪어야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2013년경 이집트 군사 정권 저항운동에 참여하다 한국으로 온 난민 마준 씨는 배달라이더로 일하며 겪은 혐오 폭력 피해를 말했다. 지난 달 한 한국인 라이더가 "왜 우리나라에 왔느냐,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며, 갑자기 경찰까지 불러 체류 자격을 증명해야 했던 일화였다.

마준 씨는 "이는 하나의 일화일 뿐, 운전면허 시험, 계좌 입·출금, 행정 서류 작업 등 국가의 제도와 정책 곳곳에 인종차별이 스며들어있고, 그 고통은 더욱 크다"면서 "신분과 체류 자격을 넘어, 우리는 모두 일하는 노동자다. 국경을 넘어,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라고 소리쳤다.

강다영 성공회 용산-혜화 나눔의집 활동가는 "태어났지만 기록조차 되지 않는 미등록 이주 영유아가 여전히 5000여명이 더 있다"며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통보 대상이 국민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기본법도 의무교육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한다"며 "헌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정부는 모든 국내 출생 아동의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와 차별없는 의무교육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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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태완 씨의 어머니 엥크자르갈 씨가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고용노동부는 2024년 11월 산재 사망한 이주배경 청년 고 강태완 씨의 사건을 '1년 4개월 째' 수사 중이다. 강 씨의 어머니 엥크자르갈 씨는 "누가 무슨 잘못을 해서 아들이 사고를 당했는지 꼭 밝혀내고 책임자가 처벌 받을 때까지 나는 계속 싸울 것"이라며 "다른 젊은이들은 이런 일을 겪어선 안된다.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안전히 살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난해 10월 법무부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 뚜안 씨를 여러 번 언급했다. 이화여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이치원 씨도 무대에 올라 "많은 유학생들은 '글로벌 인재'로 환영받으며 한국에 입국하지만, 졸업 후의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경로가 사실상 없다"며 "이런 모순적 정책 속에서 많은 유학생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나거나, 불안정한 단순 노무시장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호소했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미등록 이주민을 양지로 끌어 올려 이들이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하는 게 불법이냐? 처벌대상이냐? 일한단 이유 만으로 사람을 살인적으로 추방하고 있다"며 "사람이 없어서 이주노동자, 유학생들 데려와 놓고, 이들을 범죄화시켜 쓰레기처럼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월 스페인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 50만 명의 합법 체류권을 보장했다. 이것이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는 거고, 나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했다"며 "미등록 이주민은 최저임금조차 못 받고, 인권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숨죽여 살고 있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이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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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씨가 무대에 올라 원어민 강사들이 처한 부당한 노동 조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울산 어학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 제임스 씨는 현재 동료들과 함께 '부당해고 및 노조탄압 철회 싸움'을 하고 있다. 강사들이 임금체불, 휴가 박탈, 차별과 멸시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실이 알려진 후, 일부 강사들의 고용계약이 취소됐다. 제임스 씨는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하지만,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부당 처우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모든 교사가 이런 (차별 피해) 이야기를 갖고 있다면, 이는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이라고 말했다.

참가단체들은 "한국은 인종차별을 정의하고 금지하는 기본적인 법적 장치 조차 부재하며, 국제사회가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를 이행하고, 인종차별을 철폐하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선언문 낭독이 끝난 후, 집회 참가자 400여 명은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 앞까지 거리 행진을 한 후 집회를 마쳤다.

[손가영 기자(bad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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