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은 전남 영암군 HD현대삼호 조선소의 판넬공장. 곳곳에서 철판 용접으로 인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공정을 자세히 보려 철판 앞으로 향했지만 작업자는 없었다. 대신 자리를 채우고 있던 건 천장 구조물을 이용해 이동하는 로봇팔 6대. 이 로봇들이 팔 끝에 붙은 용접기로 쉴 새 없이 불꽃을 튀기며 대형 선박용 철판들을 하나로 이어 붙이고 있었다.
이 같은 ‘로봇 반장’이 철판 2개를 하나로 용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 베테랑 인간 용접공(13분)보다 조금 느리지만, 쉬지 않고 일하는 로봇이다보니 하루 총 작업량은 인간의 최대 2배(철판 50개)에 달한다. 특히 평평한 부분 외에 고난도 코너(수평과 수직이 만나는 부분) 용접이 가능한 건 글로벌 조선사들 중 이 회사 AI 용접로봇만이 자랑하는 능력이다.
‘오퍼레이터’로 불리는 작업자는 로봇이 코너까지 한 차례 용접 작업을 마무리한 후에 등장했다. 그가 게임기 같은 작동판에 작업 관련 데이터를 입력하자 용접 로봇은 다음 장소로 이동해 하강했다. 이어 오퍼레이터는 작업 시작 버튼을 누르고 또 다른 작업 라인의 관리를 위해 떠났다. 용접 로봇은 ‘휴식 없이’ 아까처럼 바로 용접에 돌입했다.
●조선업계 발디딘 용접로봇
이같이 작업자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이라서다.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용접의 전 과정을 ‘스스로 판단해’ 수행한다. AI가 접목되지 않은 기존 단순 용접 로봇은 입력된 상하, 좌우 이동 값만 이행하는 기계라 사람이 도중에 계속 개입해 명령을 넣어야 한다.
HD현대삼호는 2023년부터 도입한 이 같은 AI 기반 용접 로봇 총 90대에게 실내 용접의 10%를 맡기고 있다. 덕분에 생산 효율은 평균 15~20% 올랐다. 서정훈 내업1담당 상무는 “각종 과정을 거쳐 블록(조립 시 선박이 되는 철판 덩어리)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 보통 6일이 걸리는데, 용접 로봇 도입 이후부터 5일이 걸린다”고 했다.
용접은 조선업의 까다로운 여러 공정 중에서도 ‘숙련공의 영역’으로 불렸다. 각 블록마다 모양이 다르고 용접선도 일정하지 않아서다. 공정이 표준화돼 로봇 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완성차 업계 등과 달리, 조선업 특유의 야외 작업 등도 자동화의 장애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숙련공 인력난 해소, 중대재해 예방 등을 위해 로봇 도입은 업계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상선 등을 만드는 HD현대의 조선 계열사 HD현대삼호는 ‘조선업 자동화’의 청사진을 그리며 AI 기반 로봇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실내외 모든 작업 영역에 AI 로봇을 접목하려는 구상이다.
●“고른 품질로 근로자 기피 업무 발생도 제거”
HD현대삼호가 특히 강조하는 건 로봇을 통한 인력 대체보다도 품질의 상향 평준화다. 이 회사 용접 로봇엔 현장에서 최고의 노하우를 지닌 ‘S급 베테랑’의 용접 속도와 운용법, 설계 등을 데이터화해 입력했기 때문에 실수가 거의 나지 않는다. 작업 방식도 대세인 후진 용접법을 쓴다. 회사가 고품질 효과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감하기 시작했다. 류상훈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로봇 도입 효과도 ‘규모의 경제’ 차원이라 50대 이상을 운용할 때부터 안정화가 됐다”며 “검수 결과 품질이 일정하게 좋아진 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웬만한 사람보다 한 수 위인 로봇의 용접 품질은 회사뿐 아니라 직원들의 근무 환경도 개선해주고 있다는 게 HD현대삼호 설명이다. 결함 발생이 사람이 용접하던 때의 10분의 1꼴로 줄어들어서다. 결함이 생기면 반드시 사람이 그 부분을 갈아낸 뒤 재용접해야 하는데, 이 ‘그라인딩’ 작업은 몸이 덜덜 떨릴 만큼 고강도 업무라 용접사들의 기피 대상이다. 류 상무는 “결함 상황이 대폭 없어지니 용접사들 노동 강도가 줄어 만족도가 높다”고 “이 로봇을 사내에서 ‘협동 로봇’이라 부르는 이유”라고 했다.
연간 30~40척의 배를 건조하는 HD현대삼호는 HD현대 조선 계열사들 중 사업 규모상으로는 2위지만 이 같은 로봇 도입에 있어서는 그룹 내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안에 실외 용접에도 로봇을 투입할 예정으로 현재 시험 중이다. HD현대는 HD현대삼호의 포트폴리오를 필두로 2030년까지 AI, 로봇 기반의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다른 조선업체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2030년까지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내 패널 공정의 용접 작업을 100% 자동화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도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력해 AI 용접 로봇 등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조선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6억3000만 달러에서 2032년 54억4000만 달러로 연 평균 1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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