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과 공소 취소를 거래했다는 이른바 ‘검찰 거래설’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당은 국정조사를, 야당은 특검을 주장하며 서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던청와대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방송이 내보낸 거래설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언론중재법에 따른 중재 대상”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음모론 차원을 넘어 여권 내부의 권력 지형 변화와 맞물린 정치적 현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단순한 헤프닝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뉴이재명’ 흐름, 친여 성향 유튜브 정치지형의 변화를 바탕으로 6·3지방선거와 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에 맞물린 현상이라는 해석입니다.
‘뉴이재명’ 부상…여권 내부 권력지형 변화 신호
논란의 출발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 부각된 ‘뉴이재명’ 흐름에서 부터입니다. ‘뉴이재명’은 기존 민주당 지지층과 달리 ‘이재명’이라는 개인 리더십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지층을 의미합니다.
특히 올해 들어 이 흐름은 민주당 내부의 기존 당권 세력과 일정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추진했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배경에도 ‘뉴이재명’ 지지층의 견제가 큰 변수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합당 무산을 두고“민주당 유전자를 바꾸는 ‘뉴이재명’”, “민주당 상왕 김어준의 영향력이 흔들렸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민주당 정치 담론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김어준 씨와 유시민 작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평가도 이때부터 촉발됐습니다. 기존 민주당 정치 문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지층이 등장하면서 담론 구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입니다.
‘거래설’제기 이후 뉴스공장 구독자 228만→227만→226만
우선 최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방송에서 제기된 ‘공소취소 거래설’ 발언의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사들에게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해 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10일 MBC출신 장인수)” →“이 대통령이 만약에 (검찰 개편) 정부안을 통과시키면 임기 말이 됐을 때 (검찰에게) 혹독하게 당할 것이다(11일 김어준)”→“만약 그게(거래설이) 사실이라면 정말 대통령 탄핵 사유다(11일 KBS출신 홍사훈)”→“애초에 이재명 대통령이 그런 딜을 할 사람은 아니다(12일 김어준)”
논란이 증폭된 해당 기간 뉴스공장 구독자 수는 즉각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14일 유튜브 통계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방송 당일 11일까지 228만 명을 유지했던 구독자는 다음날 227만 명에서 14일 현재 226만 명으로 하루 약 1만 명씩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는 합당 논란 당시 231만 명의 구독자가 한 주 새 3만 명이 이탈했던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담론 형성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다가 오히려 구독자마저 이탈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청래, 국조 요구서에서 빠지고 고발은 장인수만
물론 김어준 씨는 장인수 씨가 당시 “어떤 내용으로 발언할지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며 자신에 대한“고소·고발 조치가 있을 경우 무고죄로 맞고소를 할 것”이라고 민주당의 조치를 선제 차단하고 있습니다. 실제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에 정청래 대표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당 차원의 법적 대응도 장 씨를 상대로 한 고발에 그쳤습니다.
86세대이면서도 ‘엘리트’ 86운동권들과 달리 변방에 있던 정 대표가 여당 대표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담론 주도권을 쥐고 있던 김어준 씨의 적극적인 지지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당대표 재선을 노리는 정 대표로서는 국정조사와 김어준 씨까지 포함한 고발이 부담이 됐을 만 합니다.
이를 두고 경기지사에 출마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김어준 씨의 태도와 당내 상황에 대해 “팩트 체크를 미리 못했을 수도 있다”며 “다만 일이 벌어지고 나면 책임감 있게 사과를 하고 재발방치 조처를 얘기해야 한다(13일 CBS 뉴스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플랫폼(뉴스공장)과 여기에 출연하는 정치인들 사이에 일정한 견제 관계는 좀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과 김어준 씨와의 거리두기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李 대통령 “허위주장 그대로 옮기는 언론…흉기보다 무섭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습니다. 장영하 변호사가 과거 ‘이재명 조폭 연루설’을 퍼트린데 유죄 확정판결 소식을 전하며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는 언론, 의도적으로 조작왜곡보도하는 언론, 근거없는 허위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무책임한 언론은 흉기보다 무서운 것”이라며 “가짜뉴스없는 진실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맑은 세상을 희구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책임을 지게 한 이건태 의원을 지칭해 “고생하신거 잘 압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했습니다.이건태 의원은 친명계 의원들을 규합해 ‘공소취소 국정조사’를주도한 대표적인 현역 의원입니다.
직접 김어준 뉴스공장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공소취소 거래설의 논란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의 검찰개혁 강경론을 펴는 일부 정치인을 의식한 듯 “아무리 잘 포장하고 숨겨도 집단지성체로 진화한 국민 대중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입지나 선거에서의 유불리가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편익에 앞설 수는 없는 것입니다(7일 엑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이 대통령의 지적은 최근의 일련의 흐름이 결국 6·3지방선거와 민주당 내부의 차기 당권 구도를 둔 여당 내 권력싸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어준 씨가 김민석 국무총리와 설전을 벌이며 공개적인 충돌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옵니다.
친명계로 꼽히는 한 수도권 의원은“겉으로는 검찰개혁이나 공소취소 음모론 논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갈등의 핵심은 민주당에 영향을 미쳐온 이데올로그 세력 간 주도권 경쟁 성격에 이를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이라고 단언했습니다.
李 “정치적 입지·선거 유불리가 국민에 앞설 수 없다”
실제 강성론을 펴는 대표적인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김용민 의원입니다. 이들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까지 주면 지금보다 검사의 권한이 더 세진다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에 김어준 뉴스공장은 장인수 씨 입을 빌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고집하는 배경이 결국 ‘공소 취소 거래’가 있어서라는 식으로 프레임 설정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교롭게추미애 의원은 경기지사에 출마했고, 김용민 의원에 대해 일각에서는 다음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번번히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배경도 이 같은 흐름 속에 읽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맞물려 돌아가는 ‘추미애·김용민’ 檢개혁 강경드라이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22대 총선 과정에서 인물 교체가 대거 이뤄졌지만 수십 년 동안 민주당 정치 담론에 영향을 미쳐온 김어준 씨 등 이른바 ‘이데올로그’ 세력은 그 영향력이 유지됐습니다. 하지만이 대통령의 실용성과에 ‘뉴이재명’지지층의 합류로 인해 도전적인 상황이 됐습니다. 인물교체에 이어 담론세력의 교체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X(옛 트위터)에 ‘뉴이재명은 죄가 없다’라는 언론 칼럼을 공유했습니다. 아래는 이 대통령이 공유한 칼럼 중 특히 X에 요약 언급된 부분입니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뉴이재명을 흡수해 확장시키려는 시도 한편으로 이를 갈라쳐 자신의 입지를 지키려는 자. 민주당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해를 넘기며 ‘뉴이재명’이 엉뚱하게 소환되기 시작했다. ‘올드 이재명=친문재인(조국)=합당찬성’ ‘뉴이재명=찐 이재명=합당반대’로 의미 연쇄가 확장됐다. 집토끼‘(고정 지지층=올드 이재명)에 ’산토끼‘(부동층=뉴 이재명)의 지지를 더해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이 안정적으로 유지 될 것이라는 ‘덧셈’의 정치 산식이, 집권 여당의 내부 갈라치기용 ‘뺄셈’의 산식, ‘권력투쟁의 언어’가 된 것이다. (한겨레, 2월26일자 ‘뉴이재명은 죄다 없다’칼럼중)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