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자료사진.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 전쟁 여파로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환율이 1500원대에서 장기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화 가치 3.8%↓...평균 환율 외환위기 후 최고
15일 서울외국환중개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2주간 원·달러 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76.9원을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주간 평균 환율은 1480.7원으로 1480원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둘째 주(1504.43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이달 일일 환율 변동 폭(전 거래일 종가 대비)은 평균 14.24원으로 유럽 재정위기였던 2010년 5월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컸다.
원화 약세는 글로벌 달러 강세보다 더 가팔랐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원화는 달러 대비 3.84% 하락한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상승률은 2.92%였다.
유로화(-3.29%), 엔화(-2.39%), 파운드(-1.85%), 스위스 프랑(-2.30%), 캐나다 달러(-0.36%) 등 주요 통화보다 원화 낙폭이 컸다. 스웨덴 크로나(-4.49%)만 원화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기타 통화 중에서도 호주 달러(-1.98%), 대만 달러(-2.43%), 중국 역외 위안(-0.79%), 인도 루피(-1.69%) 등 대부분이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강세였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환율 상승세도 가팔라졌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100선을 돌파해 14일 장중 100.537까지 상승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지난 13일 주간 거래에서 1493.7원에 마감했다. 야간 거래에서는 15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고유가·외국인 이탈 겹쳐…“1500원대 장기화 우려”
시장에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원화 약세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80%가 중동에 의존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 수급 차질이 불가피해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다”며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3조3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원화 약세 압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물가 상승 압력과 함께 실물 경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로 물가가 다시 상승하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늘려 실물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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