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묵시적 갱신이나 대항력 상실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거나 거절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사기 이후 보증보험 가입이 사실상 필수 안전장치로 인식되고 있지만, 상품 구조와 지급 요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제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이행이 거절되거나 지급이 지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전세계약 당시 보증보험에 가입했지만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집주인이 반환을 미루자 보증기관에 지급을 요청했지만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라는 이유로 ‘보증 사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늘면서 이 같은 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상품 구조와 지급 요건에 대한 이해 부족이 분쟁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태헌 송현영 변호사는 “보증보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묵시적 갱신에 따른 보증사고 미성립, 대항력 상실, 상품 구조에 대한 오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반환보증 vs 대출보증…‘보증보험’에도 종류가 있다
전세보증보험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도 흔한 오해 중 하나다.
전세 관련 보증은 크게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전세대출 보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전세대출 보증은 세입자가 아닌 금융기관의 대출금을 보호하는 성격이 강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임차인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반면 전세대출 상환보증은 임차인의 대출금을 보증기관이 은행에 대신 상환하는 방식이다.
송 변호사는 “은행 창구에서 ‘보증보험 가입’이라고만 안내하다 보니 반환보증과 대출보증을 구분하지 못한 채 계약하는 사례가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다”고 말했다.
● 계약 자동 연장…묵시적 갱신이 보증 공백 만든다
묵시적 갱신 역시 보증금 지급이 막히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임차인이 계약 만료 전 갱신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임대차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된다. 이 경우 계약 종료가 인정되지 않아 기존 보증서 기준으로는 보증사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송 변호사는 “묵시적 갱신은 현재 보증 이행이 거절되는 주요 사유 중 하나”라며 “계약 만료 전 임대인에게 해지 의사를 명확히 통보하고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지 의사표시는 ‘발신’이 아니라 ‘도달’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문자나 메신저 기록, 내용증명 우편 등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전입·실거주 유지 못 하면 보호 흔들린다
전세보증보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항력 유지가 전제 조건이 된다.
대항력은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 상태가 모두 유지돼야 성립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보증기관이 보증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실무에서 가장 빈번한 실수는 ‘일시적 전출’이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잠시 주민등록을 옮겼다가 그 사이 권리 관계가 변동되면서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송 변호사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는 전출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부득이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신청한 뒤 전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 보증보험도 ‘전액 보장’은 아니다
보증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보증금 전액이 항상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보증 한도는 주택가격과 담보인정비율, 선순위 채권 등을 반영해 산정된다. 근저당이나 기존 대출이 많은 주택의 경우 보증 가입이 가능하더라도 실제 보장 범위는 제한될 수 있다.
또한 보증 가입에는 지역별 보증금 상한도 적용된다. 수도권 7억 원, 비수도권 5억 원 등 일정 금액 이상의 전세 계약은 보증 가입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 선순위 채권 구조…보험 들었는데 빚 생길 수도
전세대출 보증이 결합된 상품의 경우 사고 발생 시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보증기관이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먼저 상환한 뒤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한 채 보증기관에 채무가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송 변호사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전세대출 보증이 결합된 상품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실무에서는 전세 분쟁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보증보험 가입 여부가 핵심 변수였다면 최근에는 요건 충족과 절차 대응 여부가 실제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약 단계에서 보증 상품의 종류와 보증 한도를 확인하고, 계약 만료 전에 해지 통보와 증거 확보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세보증보험은 강력한 안전장치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작동하는 제도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팩트필터|전세보증보험 가입 전 확인할 5가지
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인지 확인
② 계약 만료 전 해지 통보 기록 확보
③ 전입신고·실거주 유지로 대항력 유지
④ 보증 한도 및 선순위 채권 규모 점검
⑤ 퇴거 전 임차권등기명령 검토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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