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성희롱 피해자 도왔다고 인사 조치, 위법 아닌가요 [슬직생]

댓글0
피해 ‘조력자’ 불리한 조치도 배상 청구 가능
직장인 절반 “직장 내 성범죄 보호 못 받아”
#제조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동기 B씨의 성희롱 피해 구제를 도왔다는 이유로 얼마 전 인사조치됐다. B씨의 직속 상사가 언어적 성희롱 언어적 성희롱을 한 게 발단이었다. 피해를 본 뒤 B씨는 즉각 사내 고충처리 담당자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A씨는 B씨를 돕기 위해 증거 수집 차원에서 회사 자료를 빼돌리려 했다. 이를 알게 된 인사팀은 B씨와 A씨를 모두 기존 업무에서 배제했다.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툴 때 승산이 있을지 궁금했다.

세계일보

대법원은 성희롱 피해자를 도운 동료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 ‘사측의 보호의무 위반’이라며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한 가상의 이미지. Chat GPT 생성


2012년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를 조력하기 위해 한 직원이 재판 증거제출을 도왔는데 사측은 이 과정에서 회사 서류를 빼돌렸다며 조력자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조력자를 대상으로 한 사측 조치가 부당하다며 손해배상책임까지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1, 2심은 대법원의 판단과 달랐다. 1, 2심은 성희롱 가해자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하면서도, 회사 측의 인사 조치 등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회사의 인사 조처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때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를 도와준 동료에 대한 인사 조처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 ‘사측의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당시 동료가 챙겨 나온 서류는 기밀 가치가 없고 피해자가 이를 알지 못해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상태(조력자의 정직 처분)가 심화하면 피해자는 동료 관계가 단절돼 직장 내에서 사실상 고립되는 상황으로 이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희롱 조력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로 판단하는 법리를 제시한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불이익 조치 금지 조항의 의의가 ‘피해자 보호’ 외에도 ‘신고 권리의 보호’라고 규정한 점에서다.

해당 판결이 사건 발생 5년 뒤인 2017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이루어진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장은 “피해를 신고한 뒤 판결이 나오기까지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피해자가 부담했어야 할 정신적, 경제적 부담은 심각한 문제”라며 “성희롱, 성차별 피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조사하고 구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 절반은 회사에서 성범죄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사에서 성범죄로부터 나를 보호할 것 같지 않다’는 응답은 51.4%에 달했다.

처벌 사례도 극히 적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기소 의견 송치 비율은 2023년과 2024년 0.3%, 2025년 0.2%에 그쳤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뉴스1군포시,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설치 지원…대기오염 완화 기대
  • 한국일보[속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건희 특검 출석…'보험성 투자' 의혹 조사
  • 더팩트수원시, '2025 수원기업 IR데이 수원.판' 6기 참여 기업 모집
  • 연합뉴스속초시, 통합돌봄 자원조사 착수…'노후 행복 도시' 기반 마련
  • 뉴스핌김해 나전농공단지에 주차전용건축물 조성…주차 편의 도모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