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노봉법 첫 교섭 의제 1순위는 '노동안전'…임금 아닌 이유는

댓글0
원청 교섭 공고 낸 7곳 공통 의제는 '산업안전보건'
사용자성 다툼 적은 안전 앞세워 교섭 테이블 여는 전략
임금·수수료·상여금 등 민감 현안은 향후 본교섭 시험대
노컷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고용노동부 제공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직후 몇몇 원청 사업장들이 하청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잇달아 수용하며 법적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하청노조들이 내세운 교섭 의제의 공통분모는 '노동 안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청노조들은 임금 인상이나 수수료 현실화 등 민감한 현안을 안고 있음에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가장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안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략적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안전 문제' 고리로 교섭 시작하는 하청 노조


15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가장 먼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대방건설, 일신건영 등 7개 원청 사업장의 하청노조들은 모두 '산업안전 및 작업환경 개선'을 핵심 교섭 의제로 꼽았다.

가장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포스코와 한화오션이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 30여 곳의 교섭권을 위임받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 소속 포스코 협력사·공급사 노동조합 연대는 교섭의 '1차 목표'를 '포스코를 교섭 테이블에 앉히는 것'으로 잡았다.

포스코 하청노조 연대 최종민 사무국장은 "사측이 임금이나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사용자성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거부할 수 있지만, 산업 안전은 대법원 판례 등에서 원청의 책임이 명확해 빠져나가기 어렵다"며 "안전을 우선 의제로 교섭을 개시한 뒤 순차적으로 다른 의제들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과 상대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경우 교섭 의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금속노조 차원의 '원청교섭 공동요구안'에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등 노동안전보건 의제가 뼈대를 이룬다. 김한주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현재 교섭 사실 공고 이후 창구 단일화 등 대응을 논의 중이며, 표준 요구안을 바탕으로 곧 의제를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하지만…임금 문제는 아직"


노컷뉴스

연합뉴스



지자체 최초로 교섭 공고를 낸 화성시와 공공기관인 부산교통공사에서도 하청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환경 개선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화성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민길숙 교섭위원장은 "미화 노동자들은 무릎 관절이 상하고, 소각장 노동자들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다"며 "3인 1조 작업 준수, 한국형 저상 청소차량 도입, 주 5일제 등 노동자 건강권 보호가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 위원장은 "상여금 삭감 문제 등 임금 관련 현안도 있지만, 본 교섭 성사를 위해 초기 교섭 요구 공문에서는 임금 이야기를 전략적으로 제외했다"며 노조 측의 고민을 내비쳤다.

부산지하철노조 박승석 정책부장 역시 "샤워실과 대기실 등 시설 개선과 노동안전, 인력 설계 등을 우선 요구했다"며 "첫해라 변수가 많은 만큼 중요하고 확실한 의제부터 순차적으로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류·건설 현장에서도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의제다. 쿠팡CLS에 교섭을 요구한 전국택배산업노조 하충효 본부장은 "배송 수수료 인상이나 프레시백 단가 현실화 등 8대 핵심 요구안이 있지만, 산업안전 등 작업환경 개선은 사측도 사용자성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건설노조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은 "90개 건설사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대방건설과 일신건영 단 2곳만 응답하는 등 현실의 벽이 높다"면서도 "고령화와 이주노동자 유입이 가속화되는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 감소와 다단계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해 원청이 책임 있게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섭에 나선 하청노조들은 원청의 거부 명분을 최소화하고 여론의 공감대를 얻기 쉬운 '안전'을 고리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무리한 임금 요구로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는 경영계의 프레임에 갇히기보다는, 실질적인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법의 안착을 도모하려는 노동계의 고심이 교섭 의제에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교섭권이 생겼다고 교섭 요구가 난무할 것이라는 예상은 오산"이라며 "노조들도 교섭을 요구할 의제와 상황을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부 역시 수용 가능성이 높은 의제부터 접근하는 노조의 셈법을 주시하며 제도의 연착륙을 꾀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취지의 안착을 위해 교섭이 상대적으로 쉬운 의제부터 설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교섭 성공이 중요…'처우 개선' 논의까지는 험로


이처럼 노조가 노동 안전을 지렛대 삼아 교섭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실제 테이블이 차려지고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초기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앞으로 사측과 지난한 협상을 이어가며 교섭 테이블 자체를 유지하는 일이 더 큰 장벽으로 꼽힌다.

원청 사업주는 하청노조가 제시하는 교섭 의제 하나하나를 두고 실질적 지배력에 따른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치열하게 다투며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노조 입장에서는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입증하는 험로를 뚫고, 사측의 교섭 지연이나 거부 움직임 속에서도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장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임금 문제가 제기될 경우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임금 수준까지 직접 책임지는 구조에 대해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처우 개선 논의가 시작되면 노사 갈등은 더욱 격화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조선업에서는 하청노동자 저임금 구조 개선과 고용 승계 요구가, 택배업에서는 배송 수수료 인상과 프레시백 단가 현실화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이번 개정 노조법의 진정한 시험대는 상대적으로 합의가 쉬운 안전 의제를 넘어,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처우와 직결된 민감한 핵심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노컷뉴스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프레시안전남도, 난임부부 원거리 이동 시 교통비 지원…회당 최대 20만원까지
  • 더팩트정청래, 검찰·언론·사법개혁 특위 설치…위원장에 민형배·최민희·백혜련
  • 뉴시스안철수 "개미들은 증시 폭락으로 휴가비도 다 날려…李 대통령은 태연히 휴가"
  • 뉴스1장동혁 "'계엄유발러' 정청래, 내란 교사범이자 주범"
  • 매일경제이재명 지지율 ‘63.3%’ 3주만에 반등…“한미 관세협상 타결 효과”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