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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안 하는 요리… 정직한 과정 ‘최상의 맛’ 만들어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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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름에프앤씨’ 조종원
대기업 다니다 요리사로 인생 전환
호텔·한식 다이닝·주점서 경험쌓아
조리 넘어 브랜드 기획·메뉴개발도
훗날 학생들에 다양한 경험 전하고파
㈜다다름에프앤씨 조종원 셰프를 만났다. 조 셰프의 이력은 처음부터 요리를 목표로 한 직선의 경로는 아니다. 제지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던 시기, 그는 요리에 대해 막연하지만 깊은 고민을 품고 있었다. 전공과 직무는 달랐지만, ‘무언가를 만들어 결과를 낸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관심은 그때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세계일보

군 제대 후 복학 전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던 조리업계의 경험은, 훗날 그의 인생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단순한 아르바이트에 가까웠던 시간이었지만 주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긴장감과 밀도, 그리고 음식이 완성되는 순간의 명확한 결과는 그를 오래 붙잡았다. 당시에는 예감에 가까웠지만, 그 선택은 결국 삶 전체를 관통하는 길이 됐다.

회사 입사 2년 차, 그는 결단을 내렸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퇴사한 뒤 조리전문학교로 향했다. 늦은 출발이라는 부담은 분명 존재했지만, 조 셰프에게 요리는 ‘해보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에 가까웠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방향이 정해져 있었고, 남은 것은 그 선택을 감당하는 일이었다.

호텔 인턴을 거쳐 한식 다이닝과 주점에서 경험을 쌓았고, 이후 다시 호텔에 도전하기도 했다.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호텔을 떠나야 했고, 그 경험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좌절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쪽에 가까웠다. 이후의 선택들은 보다 단단해졌다. 그는 풀무원푸드앤컬처에서 근무하며 대규모 조직 안에서의 조리 시스템과 운영 구조를 경험했고 ㈜다다름에프앤씨와는 9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조리뿐 아니라 브랜드 기획, 메뉴 개발, 운영 전반을 두루 경험하며 그는 ‘요리하는 셰프’를 넘어 ‘구조를 이해하는 셰프’로 성장해 왔다. 주방 안에서의 완성도와 동시에, 그 음식이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되고 지속하는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이른 셈이다.

그의 커리어에서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학문적 탐구다.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 그는 공부를 선택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식생활문화전공(현 K-푸드학과) 석사 과정을 통해 한식의 맥락과 문화적 깊이를 다졌고, 경기대학교 외식조리관리학과에서 외식경영을 공부하며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조 셰프에게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자 과학이며 동시에 하나의 시스템이다. 재료를 이해하고, 과정을 설계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일 그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비로소 한 접시가 완성된다고 믿는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직업 철학은 단순하면서도 단단하다. ‘조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노력한 만큼, 마음먹은 만큼의 결과가 고스란히 음식에 담겨 손님에게 전달된다는 믿음이다. 화려한 설명이나 과장된 표현보다 정직한 과정이 결국 맛을 만든다는 생각은 그의 모든 선택의 기준이 됐다. 주방에서의 태도 역시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세계일보

루꼴라비지전


그가 참여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고두리 용산점은 두부요리 전문점이다. 파주 장단콩을 사용해 매일 두부를 직접 만든다. 모두부는 두부버섯전골로, 순두부는 순두부찌개로 완성된다. 그리고 두부를 만들고 남는 비지까지 허투루 쓰지 않는다. 비지를 활용해 만든 루꼴라비지전과 김치비지전은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사이드 메뉴가 아니라 이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요리다. 루꼴라비지전은 조 셰프의 음식 철학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두부를 만들면 필연적으로 남게 되는 비지는 흔히 비지찌개로 소비되거나, 때로는 버려지기도 하는 재료다. 그는 박사 과정에서 연구했던 ‘푸드 업사이클링’ 개념을 실제 주방으로 가져왔다. 비지를 전으로 만들고, 여기에 샐러드 피자의 구조를 접목해 하나의 완성도 높은 요리로 재해석했다. 버려질 수 있었던 재료에 새로운 미식적 가치를 부여한 결과이며, 동시에 지속 가능한 조리에 대한 그의 고민이 담긴 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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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맑은 고기국수


또 다른 공간인 용산숯방은 제주 흑돼지를 중심으로 한 레스토랑이다. 그는 제주 흑돼지로 맑은 고깃국물을 우려내 흑돼지 맑은 곰탕과 맑은 고기국수를 만든다. 기존의 진한 사골국물 대신 맑은 국물을 선택한 이유는 재료 본연의 맛을 더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고사리 장아찌와 한라봉 새우젓을 곁들여 제주 식재료의 개성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저녁에는 흑돼지 숯불구이로 또 다른 식탁의 풍경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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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2017년은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된 해다. 우리술 주안상 대회에서 대상(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 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어울리는 페어링을 고민했던 시간이 결실을 맺었다. 전공을 바꾸고 뒤늦게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확장’보다 ‘전달’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배우고 터득한 조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조리업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요리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질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해소법 역시 그의 성향을 닮았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요리봉사로 아무런 계산 없이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과 웃으며 나누는 시간 속에서 그는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다.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요리를 시작했던 이유로 자연스럽게 돌아가게 된다. 조 셰프는 과학적 탐구를 통해 재료를 이해하고, 그 결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마음을 전하는 결정체가 바로 요리라고 믿는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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