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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필터 로봇]류석현의 승부수…한국 휴머노이드가 가야할 길은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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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로봇작업 AI 선보여
몸체도 중요하지만 AI를 이용해 작업성 높이는 데이터 확보가 중요
류석현 기계연 원장 "운동성 보다 작업성으로 승부해야"





"세탁기 위에 있는 바나나를 가져와"

고두열 한국기계연구원 인공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의 지시가 내려지자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세탁기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로봇은 바나나가 놓여있는 곳 앞에서 팔을 내밀어 바나나를 집어 들었다. 이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바나나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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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로봇 작업 AI를 탑재한 로봇이 '바나를 가져와'라는 명령을 받은 후 이동해 바나나를 들으려 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이어진 시연에서는 '쓰레기 분리 수거해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로봇이 테이블 위에 놓인 쓰레기를 집어 분리수거함으로 이동한 후 플라스틱과 캔을 종류에 맞게 쓰레기를 분리해 처리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12일 대전 본원에서 로봇이 사람의 작업을 학습해 다양한 일을 수행하도록 하는 로봇 작업 AI를 취재진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일상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로봇 범용 작업 인공지능(RoGeTA) 프레임워크 핵심 기술 개발' 과제로 일상 작업 지원을 위한 로봇 지능 기술 개발을 목표로 추진됐다. 가사를 돕기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사람의 시범을 데이터로 학습해 물건 정리, 물체 이동, 분리수거 등 일상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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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장(오른쪽)이 로봇작업 AI와 로봇을 위한 데이터 수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기계연구원에 따르면 로봇에게 '일'을 가르치는 것은 세 가지 기술로 구성된다.

먼저 사람이 작업을 시범으로 보여주면 이를 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 추출 AI, 실제 공간을 가상 환경으로 옮겨 다양한 상황을 시험하는 가상화 AI, 그리고 명령을 이해해 작업 순서를 계산하고 실행하는 작업 수행 AI다.

연구진은 연구원 내에 실제 가정환경을 모사한 공간을 구축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침실과 주방, 거실을 재현한 공간에서 로봇이 물건 정리나 청소 같은 작업을 수행하도록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작업이 정리나 청소, 주방 작업 등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실험 환경을 구축했다"며 "이 공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로봇 작업 AI는 가정 및 사무공간의 서비스 업무를 비롯해 소매점 진열 정돈, 물류 현장의 피킹·정리 작업 등 다양한 작업에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향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공간 및 물체 변화에 대한 적응성을 강화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로봇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 시스템도 취재진에 공개됐다. 연구자가 직접 로봇을 조작해 작업을 수행하면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이 이를 데이터로 학습하는 방식이었다. .

아직 초보 단계이지만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로봇이 작업을 학습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개방형 데이터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약 1000㎡ 규모 공간에 여러 로봇을 투입해 다양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가공해 연구자와 기업에 제공한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추진한 AI 휴머노이드 글로벌톱전략 연구단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찬훈 연구단장은 "다양한 로봇을 확보해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상황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수집된 데이터는 국내 연구자와 기업에도 공개해 로봇 산업 생태계 발전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로봇 산업에서는 휴머노이드 경쟁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로봇 기업들은 가정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시연을 잇달아 공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는 기계연의 시연 직전에 집안 정리와 물건 이동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영상을 공개했다. 두 다리로 걷고 두 팔로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과 같은 모습이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공장 자동화를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이다. 중국 역시 유비테크와 유니트리 등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의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아틀라스' 휴머노이드로 피지컬AI의 가능성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지만,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장은 한국이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다소 늦은 출발을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한동안 휴머노이드의 비즈니스 모델이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국가적 지원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휴머노이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 시스템 가운데 하나여서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성과 조작성은 다른 문제"라면서 추격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로봇 기술을 운동성과 조작성 두 영역으로 나눠 설명했다.

"쿵후를 잘하는 것은 운동성이고 바나나를 집거나 분리수거를 하는 것은 조작성 작업성이다. 두 영역은 전혀 다르다."

그는 이어 "아직 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 로봇은 없는 상황"이라며 "작업성과 조작성 분야에서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은 특히 로봇 경쟁에서 데이터 기반 학습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대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들려면 결국 다양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취득해 학습시키는 기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계연이 로봇 데이터를 확보에 우선적으로 나선 이유이다.

대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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