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금융지주 지배구조안 ‘급제동’…상생금융 협조에 한템포 쉬었나

댓글0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방안 발표를 돌연 미루면서, 단순한 일정 조정이라기보다 정책 수위와 시점을 다시 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금융권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발표할 예정이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 일정을 연기했다. 새 발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세부 내용과 발표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연기를 단순한 일정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개선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금융권의 폐쇄적 인사 구조를 강하게 비판한 뒤 추진된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금융위는 연초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행과 이사회 편향성,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불투명성 등을 손보겠다는 뜻을 보여왔다. 개선안에는 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이사회 독립성·다양성 제고, 성과보수 체계 합리화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발표 직전 제동이 걸리면서, 당국 내부에서 규제 강도와 적용 방식, 발표 시점을 다시 조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회장 연임 요건 강화,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 성과보수 환수 장치 확대 등 민감한 사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이런 내용은 금융지주 경영진과 이사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권고 수준으로 내놓을지 제도 개편까지 염두에 둘지를 놓고 막판 검토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일정 재조율이 이유로 제시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 일정을 다시 맞추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런 설명이 오히려 이번 연기의 배경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본다. 발표 시점이 3월 주주총회 시즌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오는 24일,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6일 각각 주총을 연다. 이런 상황에서 개선안이 뒤늦게 발표되더라도 올해 주총 안건에 반영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사회 개편이나 정관 변경이 필요한 사안은 이사회 의결과 주총 승인까지 거쳐야 해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촉박하다.

결국 금융위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발표를 서두르기보다, 내용을 보강해 다시 내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도 제도 변화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올해 정기 주총에 곧바로 반영하기는 애초 쉽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았다. 금융지주들이 이미 정기 주총과 이사회 일정을 대부분 확정한 상태여서, 제도 변경이 뒤늦게 나와도 즉각 후속 조치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기를 두고 금융권을 향한 당국의 압박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금융사들이 그간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소상공인 지원과 취약계층 금융지원 확대 등에 호응해 온 만큼, 같은 시기에 지배구조 규제까지 강하게 밀어붙이면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발표 연기가 그간 정부의 상생금융 정책에 보폭을 맞춰온 금융지주권을 봐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 사례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KB금융의 전북혁신도시 금융타운 조성 계획과 관련해 양종회 KB금융 회장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일이 거론된다. 정부가 금융지주를 압박만 하기보다 일정 부분 우호적 메시지도 함께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상생금융 협조 국면에서 지배구조 압박까지 동시에 강화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한 차례 봐줬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자체를 거둬들였다기보다, 상생금융과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두 과제가 정면충돌하지 않도록 속도 조절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융권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정책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개입 논란까지 동시에 키우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연기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덮었다기보다, 주총 시즌 직전 발표의 실익과 업계 반발, 제도화 필요성을 함께 따져보며 한 템포 늦춘 것으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주총은 큰 변수 없이 지나가겠지만, 지배구조 개선 논의 자체는 오히려 더 강한 형태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직 개선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금융지주들이 선제적으로 액션을 취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아울러 이사회 개편 등은 정관 개정이 필수인데 주총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올해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파이낸셜뉴스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디지털·AI 전환, 모두의 미래 좌우할 것"
  • 플래텀파워테스크, 에이전틱 AI '아웃코드 에이전트' 론칭
  • 이데일리“스타벅스에서도 페이코로 결제하세요”
  • 뉴스1과기정통부, 첫 APEC 디지털·AI 장관회의 개최…선언문 채택
  • 디지털데일리美 'AI 인프라 버블론' 투자 대비 실익 경고…韓 언제까지 'AI 수혜국'? [인더AI]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