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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검은 그을음’에 게스트룸 전전해도 월세는 따박따박…재건축 현수막 내걸린 은마아파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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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화재로 집 떠난 세입자들
연기·그을음 피해로 호텔·게스트룸 전전
계약 남아 보증금 못 받고 월세 부담 지속
월세 만기 앞두고 아예 이사간 세대도 있어
헤럴드경제

2월 24일 화재로 인명사고 피해가 있었던 은마아파트의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집에는 못 들어가는데 월세는 그대로 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불이 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떠도는 세입자들이 있다. 불이 난 집 주변 세대들 주민들은 아직 빠지지 않은 냄새로 인근 호텔 등을 임시거처 삼아 지내고 있다. 월세 계약 만료까지 몇 달 남기고도 아예 새 집을 찾아 떠난 이들도 있다. 1979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재건축이 추진 중인데 주민의 70%쯤이 세입자들이다.

13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은마아파트 월세 세입자는 “집 안에 발암물질이나 독성 물질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화재 이후 계속 밖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숙박비도 내고 월세까지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난 집 위쪽에 거주하던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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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동의 복도에 마스크 등이 버려진 모습. 정주원 기자



다른 세입자 A씨는 “삼성동 호텔에서 하루 묵었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 봤는데 냄새가 너무 심해 결국 다시 나왔다”며 “이후 호텔과 주변 신축 아파트 게스트룸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낸 숙박비만 수백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세입자들 상당수가 자녀 교육을 위해 거주하는 터라 아예 다른 지역으로 떠날 엄두는 못 낸다.

계약 남았는데 집엔 못 들어가 “보증금 묶여 발만 동동”
문제는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당장 이사를 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A씨는 “집주인이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하니 당장 나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그나마 나은 주민들은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이사를 택하기도 했다. 한 세입자는 “계약이 오는 8월까지 남아 있었는데 도저히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가 화재 트라우마도 남아 인근 아파트로 급하게 이사를 갔다”며 “보증금은 계약 만기 때 돌려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세대에는 화재보험을 통해 숙박비의 약 60% 정도를 보전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관리실에서 받았다.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지원 수준과 경로 등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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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은마아파트 화재 발생 가구 앞 복도의 모습. 아직도 검은 그을음이 가득하다. 정주원 기자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기 피해가 심했던 라인의 경우 세입자들이 집을 월세 물건으로 내놓거나 계약 만기 전에 인근 아파트로 옮기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보증금을 바로 돌려받기 어려워 임시로 숙소를 구해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임시 거주 지원 체계가 사실상 없는 점도 세입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주변 단지에 사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게스트룸을 예약해 4~7일씩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이용 기간에 제한이 있어 며칠마다 숙소를 옮겨 다녀야 한다.

세입자 B씨는 “비용은 하루에 8만원 정도로 호텔보다는 싸지만 한 가구당 예약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4박5일 정도”라며 “아이들 학교 때문에 대치동을 떠날 수도 없어 4인 가구가 원룸 크기의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구는 아직 진행 중…청소·보험 절차도 혼선
화재 이후 복구 작업도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불이 난 동의 8층 복도 천장은 시커먼 그을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청소 작업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고 일부 세대와 공용부 정리 작업이 남아 있다”며 “불이 난 세대는 경찰의 복구 명령이 떨어진 뒤 청소와 공용부 작업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고 상층부 그을음 제거 작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복구 작업에 참여한 전문 업체 관계자는 “연기가 여러 층으로 번지면서 집기와 내부 곳곳에 그을음이 들어가 일부 세대는 가구까지 모두 닦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청소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한 집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화재 직후 여러 세대에서 민원이 들어와 급하게 인력을 투입해 일주일 넘게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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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화재가 발생한 동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의 모습. 정주원 기자



화재 당시 현장에서는 청소 업체 선정과 보험 절차를 둘러싼 혼선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현장을 찾았던 다른 화재청소업체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업체를 알아보려 했지만 관리실 안내와 보험 절차 문제로 혼란이 생겨 25일 하루 동안 청소 지연이 생겼다”며 “화재 피해 상황에서는 입주민들이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신속하게 복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 이후 단지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은마아파트 입주민 최모 씨는 “인명 피해가 있었는데 며칠 뒤 단지에는 재건축 심의 통과 관련 현수막이 걸렸다”며 “일부 동대표들이 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 추모 분위기 대신 집값 떨어질 우려를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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