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총리실 제공 |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미국을 방문 중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격적으로 회동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만남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리와 20여분간 통역 없이 대화를 나누며 이달 말 중국 방문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
김 총리는 이번 방미를 통해 북·미 대화 재개의 단초를 마련하는 한편, 미국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며 경제·통상 및 안보 현안을 조율하는 '광폭 외교'를 펼쳤다.
김 총리는 이날 워싱턴 D.C.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며 "대화 내용의 상당 부분이 북한 문제에 대한 제 견해를 여쭤보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 면담 직후 한국시간 새벽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바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총리실 제공 |
◇ 김민석 총리, 백악관 집무실서 트럼프 '깜짝' 회동 …"트럼프, 이재명 대통령이 꼽은 유일한 한반도 문제 해결사"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백악관 신앙사무국(Faith Office) 관련 인사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폴라 화이트 목사의 주선으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성사됐다. 화이트 목사와 면담 중이던 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의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집무실로 안내됐고, 강경화 주미대사도 자리에 함께했다.
김 총리는 직전 중요한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 남아 있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을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리더'라고 늘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관심을 보이며 현장에 있던 참모들에게 "당신들 들었느냐"는 취지로 반응했고, 김 총리에게 "그 말을 한 번 더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총리는 간담회에서 "비교적 처음 대화를 나눈 것이지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진행됐다"며 "끝날 때 전체적인 분위기도 비교적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영어 실력을 두고 어디서 공부했느냐고 묻는 등 개인적 관심도 보였고, 오벌오피스 기념 메달과 펜을 건네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걸어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되돌아오고 있다./연합 |
◇ 김정은 사진 가져오게 한 트럼프… 김 총리 제안 듣고 "후속 조치 검토하라" 즉석 지시
대화의 핵심은 단연 북한이었다. 김 총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에게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가져오게 한 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가 미국과, 또 나와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김 총리는 "북한 지도자와 대화한 유일한 서방 지도자이자 한반도 문제의 피스메이커로서 유일한 역량을 지닌 리더"라고 평가하며,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한 자신의 판단과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김 총리는 "제 언급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의미 깊게 생각하고 만족해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현재 어떤 상황일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원할지,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관해 몇 가지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상대국 정상에게 드린 말과 그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조치를 먼저 대통령께 보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총리는 "최근 북한의 언사가 과거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수준에서 이번에는 '우리 사이가 꼭 나쁠 이유는 없다'는 식으로 관계 정상화를 암시하는 듯한 방향으로 약간 진전된 표현이 사용된 점을 지적했다"며 "작은 가능성이라도 살리기 위해 접촉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막혀 있는 문제를 풀어내는 카드로 무엇을 쓰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며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흥미를 보였다"고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념념기사진을 찍고 있다./총리실 제공 |
김 총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설명을 들은 뒤 보좌관에게 "중요한 몇 가지를 더 파악하라"며 후속 검토를 지시했고, 이를 토대로 북한과의 관계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지시도 내렸다. 다만 김 총리는 "무엇을 파악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했는지는 정상이 직접 밝히기 전에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 총리는 자신이 구두로 전달한 판단과 의견을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한 영문 메모를 미국을 떠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제가 '영문 메모로 더 자세히 정리해 전달해도 좋겠느냐'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중·러 밀착,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남북 관계 냉각,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핵 역량 증대 등으로 인해 북한이 대미 관계 정상화에 나설 동기가 과거보다 줄어든 현실적 제약도 짚었다. 김 총리는 "이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가능성까지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김 총리는 "지금 당장 주된 열차를 가동할 상황이 아니라면, 그 열차가 언젠가 움직일 수 있도록 신호도 울리고 기름도 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며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동시에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접촉 가능성이 살아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만남 시기에 관해 "만나는 것은 참 좋다. 그런데 그게 이번에 중국 가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 그 이후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김 총리는 전했다. 이는 방중(31일~다음 달 2일) 계기 접촉 가능성을 열어두되, 시기에 얽매이기보다는 대화 재개 의지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리도 "시기 문제가 핵심은 아니라는 뜻"이라며 "방중 시점에 딱 맞춰 앞당기거나 연계시키려는 차원의 제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념념기사진을 찍고 있다./총리실 제공 |
◇ 밴스·USTR 연쇄 회동… "301조 조사, 韓에 오히려 유리할 수도"
김 총리는 전날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함께 만났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통과를 비롯해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 정리, 핵심광물 관련 입장 정리, 쿠팡 문제 관리, 종교 탄압 의혹 해소 등 지난 1월 23일 밴스 부통령과 백악관 회담 이후 50일간 우리 정부가 단기간에 이뤄낸 진전 상황을 설명했고, 이에 미국 측은 이를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한국이 노력했고 여러 부분이 진전됐다는 것을 미국 측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글 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밴스 부통령·그리어 대표·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까지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미국 측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문제들이 50일 사이에 실제 진전을 보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쿠팡 문제와 관련해선 김 총리가 미국 측에 한국 내 여론과 정서를 직접 설명한 점도 주목된다. 김 총리는 쿠팡이 법적으로는 미국 회사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사실상 한국적 맥락 속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애초 문제 발생 사실을 축소·지연 신고하고 사안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 한국 국민 정서상 좋지 않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기업이든, 한국 기업이든, 프랑스 기업이든 똑같은 문제인데, 마치 한·미 간 통상 문제인 것처럼 비치는 것은 한국 국민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그는 쿠팡 측이 최근 301조 청원을 철회한 점에 대해 "문제를 푸는 데 보다 공세적인 접근 가운데 하나를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 측도 이런 맥락을 일정 부분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 조사 문제에 대해선 그리어 대표가 "한국을 특별히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고 김 총리는 전했다.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유리한 입장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김 총리는 우리 정부의 목표가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하고, 이미 합의된 관세 협상 수준에서 사안을 관리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 두 가지 목표에 더해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결과가 더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도 열어놓은 설명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디지털 규제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과 논의가 있었다. 미국 측은 국내 온라인플랫폼법과 망 사용 관련 법제 등이 '미국 기업 활동에 제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으나, 김 총리는 한국의 제도 설계는 유럽연합(EU)식 플랫폼 직접 규제와는 다르며 문제를 일으킨 개별 행위자에 대한 규율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EU 방식이 아니라는 점은 미국 측도 이해하는 것 같고, 다만 미국 측 우려가 최소화되도록 계속 협의하고 필요하면 의견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또 밴스 부통령에게 북·미 대화와 관련한 추가 조언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잘 보좌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며 "친서·특사·직접 방문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담은 영문 메모를 전달했고, 밴스 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에게 가능하면 올해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등으로 일정이 어렵다면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천주교 세계청년대회(WYD)를 계기로 방한해달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인 밴스 부통령은 "꼭 방한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김 총리는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의 회담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 백악관 과기실장과 첨단기술·원전 협력 조율… "한국 기업 목소리 듣겠다"
김 총리는 크라치오스 실장과 만나 한·미 인공지능(AI) 및 바이오 협력, 생물보안법, 원전 및 농축·재처리 이슈 등을 논의했다.
그는 미국의 AI 수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고,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는 점을 전달했다. 또 생물보안법과 바이오 협력 문제, 원전 투자와 협력을 위해 필요한 농축·재처리 관련 지원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크라치오스 실장은 "모든 사안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김 총리는 전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한국이 추진 중인 유엔 AI 허브 구상에 관해서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며, 미국이 어떤 부분에서 협력할 수 있을지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 총리는 "미국이 이런 분야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정보 공유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크라치오스 실장은 디지털 정책·클라우드·AI 기본법과 관련해 미국 기업들의 의견을 한국 정부가 더 청취하고 대화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총리는 필요하면 관련 기업 리스트를 달라고 하며 귀국 후 국내 진출 기업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답했다. 양측은 향후 과학기술 관련 현안에 대해 직통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 오벌오피스 회동 이끈 화이트 목사 면담, "韓, "종교 탄압 아닌 선거법 위반" 설득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주선한 폴라 화이트 목사와의 만남도 이번 방미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 총리는 미국 조야 일각에 한국에서 종교 탄압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이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 내 신앙사무국의 설치 취지와 미국의 정치·종교 환경을 경청한 뒤, 한국과 미국은 문화와 정치, 종교와 법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내에서 문제가 된 일부 사안은 종교 행위 때문이 아니라 선거법·정치자금·뇌물 등 법 위반 문제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화이트 목사와 주변 인사들이 상당한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한국과 미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 표현도 있었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 대(對)이란 지원 논의엔 선 그어… "총리도 외교 역할, 한·미 펀더멘털 다질 것"
일각에서 제기된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 지원 요청 여부에 대해 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밴스 부통령을 만났을 때도 구체적 논의나 도움 요청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시간상으로도 그런 문제를 논의할 여유가 없었고, 실제로 그런 주제가 대화의 중심이 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례적인 총리 방미'에 관해 김 총리는 "외교는 대통령, 내치는 총리라는 구분은 맞지 않는다"며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자리이고, 외교 역시 그 영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미국 체류·유학 경험과 미국 정치·법 제도에 대한 이해, 트럼프 진영 인사들과의 인맥을 바탕으로 한·미 관계의 '기본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부처가 통상·산업·외교 채널로 각각 움직이고, 정상회담이 큰 틀을 총괄한다면, 총리는 조금 더 일상적이고 캐주얼하면서도 범부처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우리의 정치·경제·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라며 "대통령의 역할 한도를 잘 지키면서도 한·미 관계가 잘 진행되도록 계속 일정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