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이주의 전시]박이도 개인전 '믿지 못할 이야기'·정윤주, 정재열 2인전 '조용한 단어'外

댓글0

편집자주
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아시아경제

Dear My Nature 0126, 2026, Mixed media, 69x75cm. 사진 하랑갤러리


김경이 개인전 'Dear My Nature'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랑갤러리는 김경이 개인전 'Dear My Natur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유년 시절에 각인된 자연의 기억에서 출발해, 인간과 자연이 맺어온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자리다.

김경이의 화면에는 오래전 감각의 잔상이 스며 있다. 감나무 곁 장독대에 떨어지던 감의 소리, 개천에서 마주한 미꾸라지와 다슬기, 손에 닿을 듯 낮게 내려앉은 하늘의 풍경이 기억의 결로 되살아난다. 동시에 그 기억은 마냥 다정하지만은 않다. 물에 대한 두려움, 살쾡이와 벌, 뱀과 가시에 대한 떨림은 자연을 향한 감정이 사랑과 공포, 친밀함과 경계심이 뒤섞인 복합적인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바로 그 복합성에서 오늘의 질문을 끌어낸다. 한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자연의 존재들이 이제는 인간의 환경 변화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무엇을 미워했고, 무엇을 잊었으며, 이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되묻는다.

아시아경제

Dear My Nature 0226, 2026, Mixed media, 50x34cm. 사진 하랑갤러리


작업 방식 역시 이러한 사유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김경이는 천을 아교와 물감에 적시고 말린 뒤, 다시 먹과 색을 덧입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스미고 번지는 물성은 화면 위에 머무는 자연의 숨결처럼 작동하고, 찍고 바르고 적시는 축적의 과정은 풍경의 재현을 넘어 기억과 감정, 다짐의 흔적을 쌓아 올린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기보다 자연 앞에서 다시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에 가깝다.

'Dear My Nature'는 제목 그대로 자연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다. 그 편지에는 감사와 미안함, 그리고 늦게 도착한 사랑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지켜 줄게요, 함께 살아요''라는 작가의 고백은 선언이라기보다 다짐에 가깝고, 관람객은 그 다짐 앞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일이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거창한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 각자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자연의 기억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익숙해서 잊고 있던 풍경, 무심히 지나쳐온 생명, 그리고 끝내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감각을 다시 불러내는 전시다. 전시는 22일 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랑갤러리.

아시아경제

정윤주_아모르 AMOR_그리스산 백색 대리석_30x23x7.5cm_2026. 사진 페이지룸8


정윤주·정재열 2인전 '조용한 단어'

서울 종로구 페이지룸8은 정윤주·정재열 2인전 '조용한 단어'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페이지룸8 기획 '조각가의 드로잉 2'로, 입체와 설치를 다루는 두 작가의 감각을 한 공간에 펼쳐 보인다.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문장이 되기 전의 단어, 말해지기 전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선다.

정윤주의 '아모르', '침묵'은 책과 단어, 되새김의 시간을 입체로 옮긴 작업이다. 사랑과 침묵처럼 추상적인 감정은 책의 물성을 통과하며 보다 선명한 형상으로 드러난다. 정재열의 'Ways to Use a Chair', '점자가 된 별'은 편지와 봉투, 상자 같은 사물의 형식을 빌려 기억과 시간을 담아낸다. 점과 선, 타공의 리듬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형태와 소리로 번역한다.

아시아경제

정재열_점자가 된 별 A star written in Braille_스피커와 소리_가변크기_2026. 사진 페이지룸8


이번 전시는 조각을 단단한 덩어리로만 다루지 않는다. 두 작가는 설명되지 못한 감정, 천천히 남는 기억, 조용히 머무는 관계의 결을 각자의 방식으로 건져 올린다. '조용한 단어'는 크게 말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전시다. 전시는 3월 22일 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랑갤러리.

아시아경제

박이도, 믿지 못할 이야기, 40X47cm, 2026.사진 하랑갤러리


박이도 개인전 '믿지 못할 이야기'

박이도의 화면은 설명보다 장면이 먼저 도착하는 회화다. 새가 사람 곁에 머물고, 인간과 동물의 형상이 한 화면 안에서 조용히 공존한다. 현실의 문법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장면들이지만, 이상하게도 화면 안에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개인전 '믿지 못할 이야기'는 바로 그 낯설고도 단단한 순간을 붙든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밀랍과 종이죽을 활용해 반투명한 층과 거친 질감을 쌓고, 그 위에 기이하면서도 정제된 형상들을 배치했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몽환적이라기보다 물질적이다. 환상처럼 보이는 장면조차 손에 잡힐 듯한 표면 위에 놓이며 묘한 무게를 얻는다.
아시아경제

박이도, Look at me, son, 40X40cm, 2026. 사진 하랑갤러리


작품들은 인물, 새, 꽃, 동물의 이미지를 교차시키며 서사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자가 화면 앞에 잠시 머물며 감각을 더듬게 만든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시대에 박이도의 그림은 속도보다 체류를 요구한다.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말해주기보다, 해석 이전의 정적과 응시를 오래 남기는 쪽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회화가 여전히 세계를 설명하는 대신 잠시 멈춰 세울 수 있는 매체임을 보여준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오히려 가장 또렷한 장면으로 남는 순간, 박이도의 화면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힘을 발한다. 전시는 4월 12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갤더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뉴시스'관광 100선'으로 기억하는 광복…문체부, 독립기념관·대구서문시장 등 소개
  • 중앙일보손질 걱정 없이, 집에서 간편하게 전복 요리 도전해요! [쿠킹]
  • 아시아경제쓰레기도 미래 유산…매립지에서 물질문화의 의미 찾는다
  • 머니투데이"일상에서 느끼는 호텔 품격"…롯데호텔, 욕실 어메니티 출시
  • 이데일리미디어아트로 만나는 국가유산…전국 8개 도시 개최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