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3월14일 10시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중국이 기술기업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 설계의 무게중심을 IPO에서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으로 넓히고 있다.
상장 문호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벤처캐피털(VC) 회수시장과 전략산업 재편까지 함께 겨냥해 M&A 시장을 제도적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자금조달 정책'이 아니라 산업 재편을 위한 '자본시장 재정비'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가 이어지는 반도체 분야에서 생산거점과 공급망 자산을 더 빨리 묶어야 한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사진=AFPBB) |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6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가급 M&A 펀드’를 조성해 창업투자의 ‘엑시트 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펀드가 창업투자 자금과 산업·금융자본 등을 함께 끌어들여 1조위안(약 216조6800억원) 이상의 자금 집행을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기업 간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지원해 과당경쟁을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도 같은 날 기술기업 지원과 M&A 활성화를 함께 제시했다. 증감회는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동안 거래소 시장의 주식·채권 자금조달 규모가 64조위안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조9000억위안(1279조원)은 IPO와 재융자를 포함한 주식 조달이었다. 직접금융 비중은 31.97%로 13차 5개년 계획 말보다 3.2%포인트(p) 높아졌다. 자본시장 전체의 조달 기능은 이미 커졌고, 여기에 더해 기술기업 투자금이 M&A와 구조조정을 통해 회수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경로까지 보강하겠다는 것이 당국이 내놓은 이번 메시지의 핵심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M&A 사례가 늘고 있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A주(위안화 표시 보통주) 상장사가 공시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은 50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건 늘었다. 공시 금액 합계는 약 1300억위안(28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창업판과 과창판 등 이른바 ‘양창반’ 계열 비중은 38.9%까지 높아졌다.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의약 같은 하드테크 분야가 올해 M&A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반도체는 정책 수요와 실제 거래가 가장 빠르게 연결되는 분야로 꼽힌다. 중국이 M&A를 전면에 세운 배경에도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로 첨단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 핵심 소재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져 필요한 생산능력과 공정 역량을 자체 투자만으로 단기간에 늘리기 쉽지 않아졌다. 이에 따라 이미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핵심 자산을 인수해 그룹 내 편입하는 방식이 더 빠른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대표 사례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의 중신베이팡(SMNC) 편입이다. SMIC는 지난해 12월 SMNC의 외부 지분 49%를 사들여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공시했다. SMNC는 SMIC의 주요 생산거점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외부 주주와 나눠 갖고 있던 핵심 생산자산을 전부 가져오겠다고 나선 셈이다.
중국 2위 파운드리인 화홍반도체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화홍반도체는 상하이 파운드리인 화리미크로(Huali Micro) 지분 97.5%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화리미크로는 화홍이 확보하려는 핵심 생산자산이다. 신규 증설만으로는 시간이 걸리는 생산능력을 기존 자산 통합으로 보강하려는 시도다.
소재·부품 영역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거래가 이어졌다. 반도체용 초고순도 금속 타깃재와 정밀부품을 만드는 장펑전자는 지난달 반도체용 석영 제품 업체 카이더스잉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는 데 나섰다. 대형 파운드리가 생산거점을 묶는 데서 더 나아가, 공급망 안쪽의 핵심 부품·소재 회사까지 상장사 영향권 아래 두려는 흐름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대형 반도체 기업들도 장비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자금과 개발 병목 현상을 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최대 장비사 나우라, 중국 메모리 전문 종합 반도체 제조사 YMTC 등은 이달 공동 성명에서 자금과 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더 집중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판 ASML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자금과 인력을 어떻게 일원화해 배분할 것인지가 관련 부처가 즉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ASML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다.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