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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共 야구의 벽은 높았다... 한국, WBC 8강서 0대10 ‘콜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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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2회말 2사 1·2루 상황 한국 선발투수 류현진이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도미니카공화국의 벽은 높았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17년 만에 오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무대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14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준준결승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대10으로 완패했다. 2009년 준우승 이후 17년 만에 어렵게 밟은 8강 무대였지만, 도미니카공화국의 막강한 화력과 마운드를 넘지 못했다. 한국은 2회와 3회에만 대거 7실점하며 초반 흐름을 완전히 내줬고, 타선은 상대 선발 크리스토페르 산체스(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구위에 눌려 끝내 한 점도 뽑지 못했다. 결국 7회말 끝내기 3점 홈런으로 콜드패했다.

류현진은 1회말 타티스 주니어를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잡는 등 도미니카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 타선도 1회초 산체스를 상대로 삼자범퇴로 물러났지만, 초반 팽팽한 흐름 자체는 유지되는 듯했다.

승부가 기운 것은 2회말이었다. 류현진은 선두 타자 블리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후니오르 카미네로(탬파베이 레이스)에게 좌익선상 깊숙한 안타를 맞았다. 1루 주자 게레로 주니어는 홈에서 포수 태그를 절묘하게 피해 점프하듯 파고들며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0-2가 됐다. 라미레스의 볼넷, 페르도모의 중전 안타, 타티스 주니어의 우전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점수는 0-3까지 벌어졌다. 결국 2사 1·2루에서 류현진을 내리고 노경은(SSG)을 올렸고, 노경은이 마르테를 삼진으로 잡으며 간신히 추가 실점은 막았다.

하지만 3회말이 더 뼈아팠다. 노경은은 선두 타자 후안 소토(뉴욕 메츠)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게레로 주니어에게 중견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했다. 한국은 홈 승부를 했으나 소토가 홈에서 절묘하게 포수의 태그를 피하면서 점수를 내줬다. 이어 마차도의 좌전 적시타로 0-5. 카미네로의 중전 안타까지 이어지자 한국 벤치는 다시 움직였다. 박영현(KT), 곽빈(두산)까지 투수를 연달아 투입했지만 흐름은 좀처럼 끊기지 않았다. 곽빈이 2사 1·2루에서 페르도모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자초한 2사 만루. 타티스 주니어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마르테를 상대로 풀카운트 끝에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0-7까지 벌어졌다. 2회와 3회 두 이닝에만 7실점.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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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7회말 심판의 콜드게임 선언으로 0-10에 게임을 종료,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반 대량 실점만큼이나 아쉬웠던 것은 타선의 침묵이었다. 도미니카 선발 산체스는 시속 150㎞ 중반대 싱커를 앞세워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좌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 우타자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날카로웠다. 한국은 1회부터 3회까지 산체스를 상대로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3회초 박동원이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며 팀 첫 출루를 기록했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김주원은 헛스윙 삼진, 김도영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4회초 잠시 반격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자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우익수 앞 안타로 이날 경기의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의 병살타로 기회를 날렸다. 그러나 안현민(KT)이 우익수 쪽 2루타를 터뜨려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문보경(LG)이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며 추격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5회에도 산체스는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김혜성(LA 다저스), 박동원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국 타선을 정리했다. 산체스는 5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한국은 6회초 도미니카 두 번째 투수 알베르트 아브레우(주니치 드래건스)를 상대로도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김주원과 김도영이 연속 삼진, 자마이 존스는 2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7회초에는 이정후가 3루수 송구 실책으로 살아나가며 반전을 노렸지만, 안현민이 삼진, 문보경이 2루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며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경기 내내 도미니카 투수진의 빠른 공과 변화구에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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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한국과 도미니카의 경기 7회 초, 도미니카 공화국의 오스틴 웰스(28)가 3점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를 조기에 끝내자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반면 한국 마운드는 초반 대량 실점 이후에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4회말 고영표(KT)는 게레로 주니어, 마차도, 대타 오닐 크루즈(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5회말 조병현(SSG), 6회말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트리플A)도 나란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도미니카 타선을 차분히 정리했다. 조병현, 고우석 등 젊은 투수들이 세계 정상급 타선을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던진 장면은 그나마 남은 소득이었다.

하지만 7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투수 소형준(KT)이 오스틴 웰스(뉴욕 양키스)에게 초구를 통타당해 우월 3점 홈런을 맞고 0-10, 7회 콜드패를 당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타격, 주루, 수비, 마운드 모두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게레로 주니어와 카미네로가 보여준 홈 쇄도 장면, 산체스의 위력적인 싱커, 그리고 실책 하나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 운영까지, 왜 이 팀이 우승 후보로 불리는지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체코를 11대4로 꺾고 출발했지만 일본에 6대8, 대만에 연장 10회 끝 4대5로 패했다. 그러나 마지막 호주전에서 7대2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8강에 올랐다. 17년 만의 결선 라운드 진출이라는 의미는 분명 컸지만,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은 한국 야구가 아직 세계 최정상권과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는 현실도 보여줬다.

[마이애미=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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