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대화의 실마리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점진적 접근을 제안했다. 정치적뿐만 아니라 경제적 연결고리를 단단히 만든 후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13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부의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3차 회의 참석자들은 북미대화의 가능성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혜정 중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한반도 문제는 미국, 중국의 최우선 과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미국과 중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긴 호흡으로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의 과제 중 하나로는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이 꼽혔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를 직접 압박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현재 그런 태세도 아니지만 북핵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와 이익이 일치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공동의 의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전히 북한 대외전략의 핵심이 중국·러시아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국가도 중국·러시아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북한을 끌어들일 제도적·경제적 ‘틀’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아무리 의지가 강력하더라도, 정책 지속성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북한의 신뢰를 복원하기 쉽지 않다”면서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라시아팀장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까지 연결할 수 있는 경제협력 플랫폼을 제안했다. 박 팀장은 “예를 들어 블라디보스토크에 한·러시아 감염병플랫폼을 만들어서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연해주의 한러 그린벨트 프로젝트에도 북한을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과 러시아가 만들고 러시아가 북한에 전해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재자이자 파트너로 묶고 순차적으로 북한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남북관계에 대한 숙고를 국민에게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판단에 따라 전체 공개로 진행됐다. 회의에 참석한 정 장관은 “6700km 떨어진 테헤란에서의 전쟁이 한반도를 흔들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도 하지만, 전쟁을 준비하면 전쟁의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라며 “평화로 가는 길은 없고, 평화가 곧 길”이라고 강조했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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