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선 건조 재개되면 고용·인구·협력업체 선순환
전북 군산조선소. |
【파이낸셜뉴스 군산=강인 기자】 전북 군산에서 10여년 만에 완성 선박을 건조할 희망이 생겼다. 그간 블록 공장에 그쳤던 공간에서 완성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 전환을 꿈꿨던 전북의 오랜 염원이 이뤄지고 있다.
10년 만에 살아나는 조선소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3일 서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본사에서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를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양사가 '조선소를 넘긴고 받는다'는 의향을 공식 문서화 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선소 주인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선박을 군산에서 직접 건조하게 되는 것이다. 완성선 건조가 재개되는 날, 고용 창출과 인구 유입, 협력업체 재건이라는 선순환이 비로소 가동된다. 2017년 가동 중단 이후 전북이 10년 가까이 염원한 군산조선소 완전 재가동이 처음으로 현실의 문턱에 선 것이다.
군산조선소는 전성기에 4000여명의 인력이 일하던 지역 경제 버팀목이었다. 가동이 멈추자 군산과 전북의 조선업 생태계는 빠르게 붕괴했고, 협력업체들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숙련 인력도 뿔뿔이 흩어졌다.
375억원으로 쌓아 올린 3년의 기반
전북특별자치도는 2022년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을 이끌어낸 뒤 생태계 복원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핵심 축은 해상 물류비 지원이었다. 군산에서 생산된 블록을 울산 현대중공업으로 운송하는 비용의 60%를 도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실제 지원된 물류비만 28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인력 양성 49억원, 고용 지원 28억원, 숙소 임차비·통근버스 운영 등 복지 지원을 합산하면 총 지원 규모는 375억원을 웃돈다.
지역 업체 비중도 해마다 뚜렷하게 높아졌다. 블록 운송을 담당하는 지역 해운사 비중은 2023년 29%에서 2024년 65%, 2025년에는 74.4%까지 상승했다. 지원금이 역외로 유출되지 않고 도내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조선업 협력사 195곳을 대상으로 한 경영안정자금 270억원도 무너지기 직전의 협력업체 생태계를 지탱하는 데 힘을 보탰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HD현대중공업과 지난 13일 '군산조선소 자산양수도를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제공 |
고용 회복세도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재가동 이전인 2022년 하반기 군산시 취업자는 13만1000명이었으나 2025년 하반기에는 14만2000명으로 1만1000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같은 기간 56.6%에서 61.5%로 4.9%p 올랐고,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7.5%p 상승해 40.6%를 기록했다.
전북이 붙잡은 기업
이번 인수 합의 뒤에는 전북도의 오랜 노력이 담겨 있다. 2022년 협약 체결 이후 도는 기업이 군산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물류비·인력 양성·고용 보조 등 맞춤형 지원을 설계하고 집행해 왔다. 기업의 리스크를 인정하는 대신 재정 지원으로 가동 유인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군산조선소는 멈추지 않고 운영되면서 생태계 복원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의 인수 의향 동시에 전북도는 군산조선소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와 지원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행정적 뒷받침에 나섰다.
전북도는 이번 매각을 가동 중단이 아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경영 주체의 전환으로 규정하고, 새 경영진이 군산에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
당면 과제는 신조 선박 건조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향후 3년간 현재 수준(연 10만 톤)의 블록 생산을 이어가면서 공정 흐름·동선·설비를 신조에 맞게 단계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설계·기술 지원을 약속한 만큼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인력 수급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완성 선박 건조에는 설계·의장(선내 장치)·도장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전북도는 산업부 조선산업 현장 전문인력 양성(연 100명), 도 특수 분야 전문인력 집중 육성(연 30명), 군산시 조선업 전문기술 인력 양성(연 80명) 등 연간 210명 이상을 배출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어 인력난을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군산조선소가 완성선을 직접 건조하는 날, 전북 조선업의 진짜 부활이 시작된다"라며 "10년을 기다려온 군산 시민과 협력업체들에게 반드시 그 결실을 돌려드리겠다"고 전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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