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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봄동’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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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 제자’ 주호 스님의 사찰식 봄동 요리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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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은 달큼하면서도 잎이 연해서 생으로 먹어도,살짝 데쳐 나물로 먹어도 좋다. 정지윤 선임기자


“두쫀쿠 가고, 봄동 온다.” 요즘 SNS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말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먹거리 유행의 바통을 봄동이 이어받는 것일까. 온라인에서는 ‘봄동 비빔밥’ 레시피와 먹방 영상이 퍼지며 관련 키워드 언급량이 급증했고, 대형마트 매출과 산지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캐나다 등 해외 수출도 늘어나자 “이러다 봄동도 글로벌 유행이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봄동은 갑자기 등장한 식재료는 아니다. 조선시대 농서 <산림경제> 등에 기록된 ‘겨울과 이른 봄 먹던 배추’가 봄동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속이 단단히 여무는 배추와 달리 잎이 납작하게 퍼져 ‘납작배추’나 ‘떡배추’로도 불렸다. 봄동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나는 채소라는 점에서 ‘봄’과 ‘겨울 동(冬)’ 자가 합쳐졌다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남도 지방에서는 잎이 땅에 바짝 붙어 퍼진 모양이 소똥처럼 납작하다 해서 ‘봄똥배추’라 불렸고, 이 이름이 ‘봄동’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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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 이후 새 유행? 사실 저는 봄마다 인기였죠
봄에 ‘겨울 동’ 더했든 소똥처럼 납작해 봄‘똥’배추였든
김장배추 떨어졌을 때 은은한 단맛으로 입맛 되살리는 밥도둑, 그게 바로 나예요

어원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김장배추가 떨어지는 계절이면 봄동은 어김없이 밥상에 올라 입맛을 깨웠다는 점이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올라온 잎에서는 봄내음을 가장 먼저 머금은 듯 은은한 단맛이 난다. 자극적인 양념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을 비우게 하는 맛이다. 겉절이, 된장국, 비빔밥 등 다채롭게 변주돼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감초로 봄 식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래서일까. 봄동은 갑자기 유행하는 먹거리라기보다 봄마다 귀환하는 ‘계절의 맛’처럼 느껴진다.

이 스테디셀러 봄 채소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사찰음식은 봄동의 달큼한 풍미를 담백하게 끌어낸다. 사찰음식 대가 선재 스님의 제자이자 자연 식재료 요리로 알려진 주호 스님에게 봄동 요리 비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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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달큼한 맛 살리려면, 과한 양념 피하기

사찰음식은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늘·파·부추·달래·흥거(양파 계열) 같은 강한 향의 채소들이다. 불가에서는 이런 재료들이 수행자의 마음을 자극한다고 보아 전통적으로 사용을 자제해왔다. 대신 된장과 간장, 참기름, 제철 채소처럼 담백한 재료로 자연의 맛을 살린다.

봄동은 향이 강하지 않고 달큼하면서도 잎이 연해 생으로 먹기 좋다. 그래서 사찰의 봄동 요리는 양념보다 재료의 단맛과 식감을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주호 스님은 “봄동은 양념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맛이 가려진다”며 “달큼한 맛을 살리려면 최대한 단순하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호동 먹방’으로 화제가 됐던 봄동 비빔밥은 사찰 밥상에서 겨울의 끝자락을 알리는 대표 메뉴다. 봄동을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거나 생으로 겉절이처럼 무쳐 밥 위에 올린다. 여기에 몇가지 나물을 더하면 자연스럽게 비빔밥이 완성된다. 간은 된장이나 간장으로 하고 참기름을 더해 향을 살린다. 봄 채소의 향과 밥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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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쌈밥, 봄동 김치, 봄동 냉이 나물. 주호 스님 제공


봄동 쌈밥은 눈과 입이 모두 행복한 메뉴다. 푸릇한 봄동에 밥알이 봉긋하게 안긴 모양이 막 피기 시작한 꽃봉오리를 떠올리게 한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봄동을 찌는 대신 물에 살짝 데치는 게 포인트다. 줄기 부분은 먼저 넣고, 연한 잎은 잠깐 데쳐 건져낸다. 이렇게 준비한 봄동으로 밥을 감싸고 쌈장 대신 된장에 견과류와 참기름을 섞은 장을 곁들인다. 시골 사찰에서는 메줏가루로 만든 막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봄동이 된장을 만나면 구수한 향에 풋풋한 단맛이 더해진다. 멸치 육수나 채수에 된장을 풀고 봄동을 넣어 끓이면 담백한 봄동 된장국이 된다. 여기에 냉이나 달래 같은 다른 봄나물을 더하면 향이 한층 깊어진다. 스님들은 냉이 된장국과 봄동 비빔밥을 함께 먹는 조합을 ‘초봄 밥상’으로 꼽는다.

김치도 별미다. 사찰 봄동 김치는 일반 김치보다 양념이 훨씬 담백하다. 마늘과 파 대신 찹쌀풀과 배즙으로 단맛을 더하고 소금, 간장, 고춧가루를 약간 넣어 버무린다. 주호 스님은 “사찰의 봄동 김치는 백김치와 겉절이 사이 어딘가에 있다”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감칠맛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겉절이, 전, 김밥 등 봄동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겉절이는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으로 간단히 무치고 식초를 약간 더해 상큼함을 살린다. 밀가루 반죽을 묻혀 노릇하게 구워낸 봄동 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별미가 된다. 김밥에 데친 봄동을 간장과 참기름으로 살짝 무쳐 시금치 대신 넣으면 산뜻한 맛이 난다. 주호 스님은 “봄동이 신선할 때는 겉절이로 먹고, 잎이 조금 시들면 데쳐서 나물로 먹으면 된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볼 것을 권했다.

2단계: 단종이 즐기던 ‘어수리 나물’ 곁들이기

봄동에 나물을 곁들이면 봄맛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등장하는 강원도 산채 어수리 나물도 그중 하나다. 어수리의 애초 이름은 ‘어누리’였다. 조선시대 영월 청령포로 유배 온 단종에게 영월지역 백성들이 어누리를 대접했고, 그때부터 백성들은 ‘임금에게 드리는 나물’이라는 의미로 어수리로 불렀다. 향은 은은하지만 끝 맛이 쌉싸름해 입맛을 돋운다.

봄동이 달큼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면 어수리나 쑥 같은 산채는 쌉싸름한 향과 깊은 풍미가 있다. 사찰음식에서는 이런 서로 다른 맛을 한 상에 올려 균형을 맞춘다. 스님은 “봄동처럼 달큼한 채소에 냉이·쑥·어수리 같은 향이 강한 나물을 조금씩 더해 먹으면 몸도 가볍고 입맛도 살아난다”고 추천했다.

봄나물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냉이는 된장국이나 전으로, 두릅은 전이나 튀김으로, 쑥은 국·전·떡 등 갖가지 방식으로 쓰인다. 어린 쑥을 밥에 넣어 쑥밥을 지으면 밥이 익는 동안 향이 은은하게 스며든다.

단백질 영양 균형을 맞추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된장에 견과류를 섞은 장을 곁들이는 것이다. 사찰에서는 잣이나 호두, 땅콩 등을 잘게 다져 된장에 섞고 참기름을 더해 장을 만든다. 고소한 풍미가 높아질 뿐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을 자연스럽게 보충할 수 있다. 두부도 좋은 조합이다. 두부를 들기름에 노릇하게 구워 곁들이면 담백한 단백질 반찬이 된다. 밥을 지을 때 콩을 함께 넣으면 영양 균형이 한층 좋아진다.

스님은 “봄나물을 다듬다보면 손톱 밑이 까매질 만큼 손이 많이 가지만, 그 수고가 바로 봄을 맛보는 일”이라고 했다. 겨울을 견디고 올라온 봄동에 정성을 더하면 들판의 봄기운이 한 잎 한 잎 밥상으로 옮겨온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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