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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일반인은 접근도 못하는 은밀한 곳 같이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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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맨' 김선태 개인 유튜브 채널 개설 열흘만 구독자 140만
기업·공기관 홍보맨들 열띤 '댓글 경쟁'…"광고주 박람회"
"돈 더 벌고 싶어 나왔다" 고백에 누리꾼들 "솔직해서 좋다" 응원
연합뉴스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다는 김선태 전 주무관
[유튜브 채널 '김선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이쯤 되면 대한민국 기업 박람회이자 홍보쟁이들의 경연장이다.

"100만닉스보다 100만선태"(SK하이닉스), "형, 설명할 시간이 없어. 어서 배에 타"(HD현대중공업), "은행 번호표 뽑는 속도로 왔습니다"(iM금융그룹), "홍보 과장 대신 이제 정관장으로 모시겠습니다"(정관장), "김선태 어디로가? 11번가"(11번가)….

지난 2일 문을 연 유튜브 채널 '김선태'에 달린 댓글들이다.

연예인도 구독자 10만명을 모으기가 극도로 어려운 세상에서 '민간인' 김선태의 유튜브 채널이 개설 단 10일만에 구독자 140만명을 넘어섰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전대미문의 댓글잔치다. 대한민국 홍보쟁이들은 모두 이곳에 좌표를 찍고 "나 좀 봐주세요"라고 외친다. 머리를 쥐어짜낸 홍보 경연이 난리도 아니다.

이 '현상'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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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전 주무관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첫 영상 캡처
[유튜브 채널 '김선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독립하신 기념으로 독립기념관에 방문해주세요"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를 떠난 '충주맨' 김선태 전 주무관이 일으킨 '김선태 신드롬'이 심상치 않다.

100만을 앞뒀던 '충TV' 구독자수는 지난달 13일 그가 사직을 알리자 닷새만에 20만명이 빠져나가 현재 77.9만명이다.

반대로 그가 퇴직 후 개설한 채널 '김선태'는 '충TV'가 손꼽아 고대했던 100만 구독자를 순식간에 훌쩍 넘어선 것은 물론, '누가누가 더 댓글을 잘 다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일반 누리꾼 차원이 아니다. 민간기업, 공기업, 지자체를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홍보담당자들이 너도나도 몰려와 유튜브 최고의 '핫 플레이스'에 '눈도장'을 찍으려 혈안이 됐다.

특히 공공기관들의 '노오력'이 웃음을 자아낸다.

"[기상속보] 유튜브계 (김선)태풍이 발생했습니다"(기상청), "독립을 축하합니다. 독립하신 기념으로 독립기념관에 방문해주세요"(대한민국독립기념관), "바다에서 불법조업과의 전쟁 중이라 늦었습니다. 이제 독도로 함께 가시죠"(해양경찰청), "일반인은 접근도 못하는 은밀한 곳 같이 가실래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원자력안전위원회), "대한민국 모든 데이터를 다 긁어모았는데, 딱 하나 '김선태 섭외하는 법' 데이터만 없습니다. 제발 저희 데이터의 null값을 채워주세요"(국가데이터처), "춘천시입니다. 닭갈비 드시러 오시면 제가 치즈뿌려서 볶음밥까지 말아드리겠습니다. 공복에 오십쇼!"(춘천시), "불사조 선태님, 저희와 함께 열정 한번 태워보시죠?(국립소방연구원), "노화는 피할 수 없고 그러다 보면 아픈데 아프면 서울대병원 와요"(서울대병원)….

홍보의 장이 크게 선 까닭에 홍보쟁이들은 자존심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댓글놀이의 '고충'에 'EBS 라이프스타일'은 "댓글 고민하는 것도 극한직업이네요"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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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TV'가 9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고 말하는 김 전 주무관
[유튜브 채널 '충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내가 원서 냈던 기업들이 여기서 원서를 내고 있다"

자연히 일반 누리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무슨 댓글이 광고주 박람회장이야", "내가 원서 냈던 기업들이 여기서 원서를 내고있다", "나 진짜 댓글창에 기업 공식 홍보용 계정 이렇게 많은 거 처음 봄", "댓글만 달아도 기업 홍보가 된다. 듣도 보도 못한 기업 이름을 댓글에서 읽는다", "여기가 그 유명한 기업 박람회죠?", "이 정도면 댓글창 불법 광고물 부착 수준 아닌가요?" 등 온갖 기업들이 몰려와 김선태에 협업을 제안하는 모습이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퇴직하면 영향력이 사라지는 법인데 그와 반대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주목을 받는다.

"기업들이 홍보하기 위해 방송국을 기웃거리는 게 아니라 퇴직 공무원 집앞에 와서 다 줄 서 있는 거 골 때리네", "공무원 그만 뒀더니 월급주던 국가기관들이 홍보를 부탁하는 기이한 상황" 등 그가 '퇴직 공무원'이라는 점을 짚는 댓글도 많다.

기업들도 김선태 인기에 편승하려는 '숟가락 얹기'임을 숨기지 않는다.

"안 유명한데 돈많은 중견기업입니다. 선태씨, 나 유명해지고 싶어"(친환경 에너지기업 'EST'), "광고주 줄이 너무 길어서 저희는 그냥 뒤에서 도우나 늘리고 있겠습니다"(파파존스), "조폐공사입니다. 저 많이 늦은 거죠?"(한국조폐공사) 등 '광고 본색'을 드러낸다.

급기야 기업들이 올린 댓글창에 '지원 원서'를 내는 사람도 생겼다.

"여기가 취업박람회보다 기업체가 많아서 구직해봅니다", "채용공고보다 여기에 기업이 더 많네. 저 데려갈 안목 좋은 기업 구합니다" 등이라 적으며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나열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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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개인 채널 댓글창에서 일을 구하는 한 누리꾼
[유튜브 채널 '김선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돈을 더 벌고 싶었다"…말단 홍보맨의 성공 신화 응원합니다

이러한 신드롬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선태님 이건 연구감입니다"라고 적었다.

농담인 것 같지만 실제로 지금 유튜브 채널 '김선태'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분석 대상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의 배경으로 김선태가 말단 9급 공무원 출신으로 홍보맨의 성공신화를 쓴 점, 개인 채널을 개설하면서 "나가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돈을 더 벌고 싶었다"고 솔직히 밝힌 점을 꼽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댓글창에는 "돈에 욕심없어요 = 믿을수없는사람, 돈 벌고싶어요 = 김선태", "'돈을 더 벌고 싶었습니다' 솔직해서 좋다", "선태야, 이젠 돈을 많이 벌어도 된다" 등의 '호응'이 줄줄이 달렸다.

일반인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자 기업들이 "돈 벌러 가시는 길 안전한 이동은 한국타이어가 책임지겠습니다! 선태님은 돈만 버세요"(한국타이어), "광고주 미팅 다니실 택시 필요하지 않으세요?"(우버코리아), "광고도 식후경이다. 일단 저희 비비고 만두부터 드시고 시작하시죠? 식사하시는 동안 돈길 깔아 놓겠습니다"(CJ제일제당) 등 발빠르게 맞장구를 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엑스(X·구 트위터) 이용자 'ga***'는 "한국 회사문화에서 은근히 무시당하는 게 홍보나 마케팅"이라며 "제품이 잘되면 '제품이 좋은거 아니냐', '시장 상황이 좋았던 거 아니냐'는 시선에 맞서 그게 아님을 증명해야 하고, 제품 출시가 망하면 '마케팅의 실패 아니냐'는 질책에 대해 그게 아니었단 소명을 해야하는 운명을 가진 부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선태도 시기질투로 그의 가치가 저평가됐지만 퇴사 후 100만 팔로워와 함께 함께 스스로 증명하면서 홍보 마케팅의 개인 역량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줬다"며 "즉 영상에 달린 여러 홍보팀들의 댓글은 단순 광고 효과 좀 보겠다고 쓴 게 아니라 동종업계 동료에 대한 리스펙트(존경)와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축하 메시지고, 앞으로 본인들의 가치 또한 증명해내길 바라는 실무자들의 외침"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격한 공감", "전직 홍보마케팅 쪽 종사자로서 한맺힌 부분을 콕 찝어주는 글이네", "매장 굴리면서 본사랑 겪은 느낌" 등의 공감이 달렸다.

직장인 임모(29) 씨는 13일 "유튜브라는 시장이 정말 운 좋게 알고리즘을 타거나 콘텐츠에 엄청난 소구 포인트가 있지 않는 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힘든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자체 유튜브로 성공하고 개인 유튜브까지 벌써 잘되니 부럽기도 하고 정말 응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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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맨' 시절 김선태 전 주무관 캡처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수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 관심은 그가 어떤 콘텐츠를 선보이느냐에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공무원에서 100만 구독자로 성공한 김선태 씨의 사례는 홍보 직종뿐만 아니라 여러 직장인의 로망처럼 여겨진다"며 "직장을 때려치는 순간을 꿈꾼다고들 하는데, 순식간에 100만 구독을 찍은 상황은 직장인들이 김선태를 보고 '대리 만족'하는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 평론가는 그러나 "김씨가 지자체 유튜브 채널치고 참 기발하게 운영한다는 이미지로 화제가 됐으나 그동안 개인의 콘텐츠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며 "새로 개설한 채널에서도 개인 콘텐츠가 충분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구독자 수나 댓글 반응은 전 '충주맨'의 화제성이 반영된 거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니고 한 개인으로서 채널을 운영하는 것인 만큼 추후에 어떤 콘텐츠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지금의 열기가 식을 수도 있고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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