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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루게릭 발병 후에도 55년 살며 물리학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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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2018년 3월 14일 76세
조선일보

스티븐 호킹. 1974년.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다. 1990년과 2000년이다. 1990년 9월 8일 첫 방문 때 조선일보는 ‘불구의 몸 세기의 물리학자 호킹 박사 서울 오다’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더구나 말도 하지 못하는 극심한 장애에 시달리면서도 아인슈타인 이래 가장 큰 공적을 쌓은 세기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48·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8일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밤9시30분 노스웨스트 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호킹 박사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간호원 2명, 조교 1명의 도움을 받으며 공항 입국장을 나섰다.”(1990년 9월 9일자 19면)

조선일보

1990년 9월 9일자 19면.


호킹은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생 때인 21세에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2년 시한부 인생이란 판정이었지만 이후 55년을 살았다. 눈꺼풀을 겨우 움직여 컴퓨터를 통해 외부와 소통했다. 첫 방한 때 모습을 본 기자들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회견을 한 호킹 박사는 손에 든 조그만 키보드를 조종, 휠체어에 달린 모니터에서 자신이 할 말을 작문한 다음, 음성합성기로 합성한 기계음을 들려주는 방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말 한마디에 3~4분 걸릴 만큼 힘들게 답변, 주윗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1990년 9월 9일자 19면)

호킹은 이날 회견에서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만 가지고는 발전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비전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한국 어린이들도 계속 관심을 가져 과학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킹은 10년 후인 2000년 8월 29일 두 번째 방한했다. 그는 방한 이틀 후 청와대 강연에서 ‘호두껍질 속의 우주(The Universe in Nutshell)’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조선일보

2000년 9월 4일자 9면.


“호킹은 ‘햄릿’을 인용, “우리는 호두껍질 안에 갇혀 있으면서도 우리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인간은 물리적으로는 매우 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자유롭게 우주 전체를 탐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2000년 9월 1일자 29면)

루게릭병 덕분에 삶은 좋은 것이란 점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호킹은 “내 생애 가장 큰 업적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라며 강연의 첫머리를 꺼냈다. 루게릭병으로 삶이 망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루하게 느껴졌던 삶이 갑자기 좋은 것이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렸다.”(2000년 9월 1일자 29면)

조선일보

2012년 8월 31일자 A2면.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 깜짝 등장해 행한 연설은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다.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0) 박사는 휠체어 위에서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러대던 8만 관중이 그의 등장에 일제히 숨을 죽였다. (중략)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표준적인 인간’이나 ‘평범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통적으로 창의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모든 사람에겐 특별한 성취를 이뤄낼 힘이 있습니다.” (중략) 그는 “한계가 없다는 것보다 세상에 더 특별한 일이 있느냐”며 “인간의 노력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2012년 8월 31일자 A2면)

조선일보

2018년 1월 12일자 A23면.


호킹은 이날 연설처럼 ‘인간의 노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육체에 정신이 갇힌 채로 55년을 살면서 우주론과 천체 물리학 발전에 업적을 쌓았다. 1988년 낸 과학대중서 ‘시간의 역사’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기후변화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서는 강하게 경고했다. 호킹은 2018년 1월 8일 미 인터넷 방송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40억년 전에는 금성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었지만 온실가스가 대기에 늘어나면서 표면 온도가 462도까지 올라갔다”면서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지구는 금성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킹은 “이론적으로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모방하고 뛰어넘을 수 있다”며 “인류가 대처법을 배우지 못하면 AI는 인류 문명사 최악의 사건이 될 것”(2018년 1월 12일자 A23면)이라고 했다.

다큐멘터리 방영 두 달 후 호킹은 하늘의 별이 됐다. 아인슈타인 이후 세계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과학자였다. 호킹이 세상을 떠난 3월 14일은 공교롭게도 아인슈타인의 생일이었다. 부고 기사는 호킹의 업적을 아인슈타인과 비교했다.

조선일보

2018년 3월 15일자 A2면.


“1974년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블랙홀도 어느 순간 열을 방출하고 소멸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해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른바 ‘호킹 복사’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블랙홀 같은 거대 우주 천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을 설명했다. 호킹은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에너지를 블랙홀 밖으로 방출할 수 있다는 이론을 추가했다. 그때까지 블랙홀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파괴자로만 생각했는데, 경우에 따라 창조자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2018년 3월 15일자 A2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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