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 해결 대신 법정으로 향하는 일이 늘고 있다. 대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인 만큼 얼굴을 맞대고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서류에 기반한 공적인 해결 수단에 기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0~40대를 대상으로 한 민사 등 법률구조 건수는 6만 485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법률구조 건수 가운데 2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4%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23년 38.4%, 2024년 41.8%에 이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20~40대 비중이 5.0%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법률구조공단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호를 위해 법률 상담, 소송대리, 형사변호 등 각종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인데 젊은 층의 이용이 그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갈등을 대면 협상보다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적 신뢰가 약해져 상대를 직접 마주하며 조율하는 과정이 비효율적 소모로 인식되며 법원이라는 공적 해결 수단에 기대 갈등을 매듭지으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갈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자생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사법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최정필 법무법인 로엘 변호사도 “젊은 세대 의뢰인들은 굳이 얼굴을 마주하며 감정을 소모하기보다 법적 절차로 해결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데다 이들 세대가 살아온 시대의 공동체적 연결망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점도 갈등 조정 기능 약화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당사자 간 해결이 어려울 경우 친지나 지인 등이 중재하는 갈등 해결 시스템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공동체 간 유대가 약해지며 중재자가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권리 의식 강화도 이러한 중요한 이유로 거론된다. 예전에는 법적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힘들거나 사건이 발생해도 문제를 감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려는 경향도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젊은 세대는 분쟁 대응 경험 등을 플랫폼에서 공유하며 자기 보호에 더욱 철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자소송을 활용하기 편해진 것도 디지털 업무 처리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소송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황용 법무법인 상림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소송을 제기하는 문턱이 다소 높았는데 최근에는 변호사 수임료가 일부 낮아졌고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서 변호사 선임 없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적 해결이 일상화할수록 사회적 비용과 감정적 단절도 함께 커질 수 있는 만큼 대화와 조정의 복원력을 높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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