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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은 되고, 뼈 수술은 안 돼" 고관절 골절 환자 '뺑뺑이 사망' 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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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의 고관절 엑스레이 사진.


#. 89세 여성 박모씨는 얼마 전 집안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졌다. 지역 중소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그의 병력을 확인한 의료진은 박씨에게 '중환자실과 협진할 체계를 갖춘 대학병원으로 바로 전원하라'고 권유했다. 박씨에겐 기저질환(고혈압· 천식· 치매· 신부전· 심부전)이 있는 데다 심장 스텐트 시술받은 이력까지 겹쳐 고관절 수술· 마취 고위험군으로 분류돼서다. 하지만 여러 대학병원에선 "고관절, 외상 담당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정형외과 수술실이 축소됐다"는 등의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골든타임을 놓친 그는 결국 사망했다.

상급종합병원(주로 대학병원)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라는 칼을 빼 들었는데, 이게 오히려 정형외과 중증환자의 수술 공백만 커지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덩달아 고관절 골절 환자의 '응급실 뺑뺑이 사망'이 늘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과 연동된 중증도 산정 체계로 인해 고령 고관절 골절 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관절 골절은 골밀도와 근력이 떨어진 어르신이 넘어졌을 때 잘 발생하는 중증 질환이다. 고령자의 고관절 골절은 단순 골절과 달리, 조기 수술과 집중 치료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관절 골절 후 수술받은 환자가 누워지내다가 1년 내 사망할 확률은 14.7%, 2년 내 사망률은 24.3%로 집계됐다. 그렇다고 고관절 골절 후 아예 방치하는 건 더 위험하다. 방치한 사람의 1년 내 사망률이 25%, 2년 내 사망률은 70%에 달해서다.

고관절 골절 수술의 골든타임은 24시간 이내이지만, 늦어도 48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보다 수술이 늦어지면 폐렴, 욕창, 심혈관계 합병증 같은 2차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고관절 골절 환자들의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박씨처럼 기저질환이 많은 고령 환자는 중환자 관리와 다학제 협진이 모두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권장된다. 하지만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선 △정형외과 전문 인력 부족 △정형외과 수술실 배정 축소 등을 이유로 '즉시 수술'이 어려워졌고, 실려 온 고관절 골절 응급환자를 퇴짜 놓는 게 다반사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이렇게 된 배경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과 연계된 중증도 산정 구조의 문제를 지목한다.

이 지원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중증질환 위주로 진료해 체질을 개선하겠단 취지로 정부가 2024년 10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까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하도록 중증 진료(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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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원주가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낙상사고 후 고관절 수술받고 회복 중인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유튜브 '전원주_전원주인공' 갈무리/사진=유튜브 '전원주_전원주인공' 갈무리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전체 진료질병군의 70%까지 높여야 한다. 암 수술 상당수가 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됐다. 하지만 정형외과의 고난도·고위험 수술 상당수는 여기에 반영되지 못했다. 예컨대 고관절 주위 골절, 악성 연부조직 종양 등은 정형외과 수술 중에서도 위험하고 까다로운 수술로 꼽히지만 전문진료질병군이 아닌 일반진료질병군으로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김학선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이 구조 전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문진료질병군 중심으로 수술 구조를 재편하면서, 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되지 않는 정형외과 영역의 수술방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정형외과 수술방이 축소되자 전문의들이 줄줄이 퇴사한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실제 2024~2025년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지도전문의(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수) 873명 가운데 133명이 사직(사직률 15.2%)했다. 특히 지방 사직률은 19.1%로 상승해 지역 의료 위기가 고조된다.

소아 정형외과 분야도 상황이 심각하다. 김 회장은 "소아 골절, 성장판 손상은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소아정형외과 전담 교수가 부족해 수술을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줄었다"고 말했다.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응급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면서 소아정형 분야 전문인력을 유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게 학회의 토로다.

이 학회는 정부에 △실제 수술 난이도와 위험도를 반영한 중증도 산정 및 평가 체계의 정교화 △정형외과 고위험·고난도 수술이 필수의료 체계 내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 기준 마련 △상급종합병원이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리적 보상 체계와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15.2% 교수 사직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인사이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며 "초고령사회에서 중증 근골격계 질환 치료 접근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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