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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된 한국인, 호구 자처한 한국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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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 팁 넘은 '구디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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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백' 팁 논란, 호구 된 한국인, 호구 자처한 베트남 한국 관광객


팁 얼마 줘야 해?


동남아시아 여행을 앞두고 유경험자에게 물어보는 의견 중 하나죠. 동남아에서는 서비스에 맞춰 팁을 건네야 당연한 인식이 자리 잡은 건데요. 사실, 동남아는 ‘팁 문화권’이 아닌 점, 알고 계셨나요?

그런데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팁을 넘어 선물과 함께 건네는 ‘팁 꾸러미(구디백·Goody bag)’이 등장, 논란의 중심에 섰죠. 구디백은 파티·행사에 참여한 사람에게 주는 작은 선물 꾸러미(답례품)를 뜻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어린이집·유치원 생일, 어린이날 등에서 간식이나 작은 선물을 담아 돌려주는 문화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 구디백이 ‘팁’과 함께 나타난 건데요. 동남아로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구디백을 소개하며 ‘자랑(?)글’로 소개됐습니다. 현지 호텔 청소부나 마사지사, 가이드 등에게 건넬 요량으로 한국산 과자와 사탕, 마스크팩, 그리고 소액의 달러나 현지 화폐를 정성스럽게 포장한 자신만의 구디백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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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지에서 시작된 낯선 논쟁


“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감사 표시”라지만 팁을 넘어 ‘선물’을 제공하는 행태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팁 문화가 일반적이지 않은 동남아에 팁을 알아서 강요받는 한국인 관광객을 향한 물음이죠. 한국인들이 앞장서서 과도한 팁 관행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데요.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서비스 요금과 별도로 팁이 사실상 관행처럼 자리 잡았지만, 동남아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관광지 마사지 업소나 호텔 등 일부 업종에서는 소액 팁이 오가기도 하지만 이를 사회 전반의 문화로 보기는 어려운데요. 이런 가운데 관광 산업에서 일하는 일부 종사자들은 외국 관광객이 팁을 주는 경우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이를 기대하게 되어버리죠. 특히 특정 국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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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이어온 한국인 여행객의 호구 논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관광지에서 한국인은 현지 상인들이나 브로커들의 교묘한 상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동적인 피해자 사례가 빈번했는데요. 낯선 환경이 주는 두려움, 언어의 장벽 앞에서 부당한 요구를 받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어야 했던 억울한 수난사가 적지 않았죠.

피해자(?)들이 밝힌 이야기는 참으로 다채롭고 노골적이었는데요. 당시에는 ‘동남아 바가지’ 이슈로 불렸죠. 유명 휴양지에서는 한국인이 택시나 툭툭에 타면 기사가 갑자기 미터기를 끄고 흥정을 시도하거나, 목적지에 도착한 뒤 현지 요금의 10배에서 20배를 부르는 일도 있었고요. 요금 지불을 거부하면 으슥한 길가에 내려두는 사례도 있었죠. 식당에서는 아예 '한국어 메뉴판'을 따로 구비해 로컬 메뉴판보다 1.5배에서 2배 비싼 이중 가격을 받거나, 현지인에게는 없는 '자릿세'와 '얼음값'을 한국인 영수증에만 슬쩍 끼워 넣는 꼼수도 횡행했습니다.

이런 사례가 조직적으로 진화한 것이 2022년 8월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검사 확인서 논란인데요. 당시 한국인 관광객들이 제출한 신속항원검사 음성 확인서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탑승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졌죠. 이 과정에서 현지 브로커들이 재검사를 알선하며 정상 검사 비용(15만동·약 8500원)보다 훨씬 높은 금액(85만동·약 4만8000동)을 요구한 건데요. 비행기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많은 한국인 여행객이 재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사건은 현지 공항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부당한 비용 요구 사례로 논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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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넘은 ‘자발적 호구’?


하지만 ‘구디백’ 논란은 과거의 억울한 바가지와는 분위기가 정반대인데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베트남에서 한국인은 팁 주는 호구래요”라는 자조 섞인 게시물이 게재됐는데요. 작성자는 팁 문화가 없던 베트남 전역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부당한 팁 요구가 이제는 당연한 권리처럼 굳어지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고마움을 표한다며 몇만 동씩 팁을 쥐여주기 시작하면서 현지인들 사이에 ‘한국인은 무조건 팁을 넉넉하게 주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다는 지적인데요. “한국인만 보면 대놓고 손부터 내민다”, “따뜻한 인사 한마디면 충분한데 생색내려고 만든 악습”이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지죠.

외부의 강압이나 사기 행각이 아닌, 한국인 스스로의 얄팍한 선의와 과시욕이 결합되어 호구를 자처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받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굳이 나서서 ‘자발적 호구’를 자처한다고 말입니다.

다만 팁을 주는 행동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는데요. “내 돈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인데 왜 문제냐”는 의견이죠. 이들은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다면 감사 표시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팁은 강제가 아니라 선택인데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한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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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문화에 대한 질문


베트남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한국인은 베트남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2025년 1~10월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1720만 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한국인은 약 360만 명으로 전체의 약 21%를 차지해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관광객이 많은 만큼 이러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현지 서비스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각 나라의 문화와 관행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죠. 팁을 둘러싼 논쟁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고심해봐야 하죠. 여행지에서는 금전적 보상보다 인사나 감사 표현이 더 자연스러운 방식일 수 있다는 점도요.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 kk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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