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대한정형외과학회 기자회견 중 오주한 학회 이사장이 정형외과 고위험 수술 공백 우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제공 |
고관절이 골절된 고령 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는 그 배경에 정형외과 수술의 중증도 산정 구조와 현실 사이 간극을 크게 만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과 연동된 중증도 산정 체계의 문제로 고령 고관절 골절 환자가 제때 수술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집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이 발생한 환자 A씨(89)는 지역 중소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고혈압과 천식, 심부전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으며 지난해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력이 있어 마취·수술 위험도가 높아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중환자실이 있고 협진이 가능한 다수의 대학병원에선 교수 사직에 따른 인력 공백으로 즉시 수술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전원이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A씨는 수술 적기를 놓치고 한참 뒤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고관절 골절은 고령 환자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중증 질환으로, 수술이 지연될 경우 폐렴·욕창·심혈관계 합병증 등 2차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 학회는 “기저질환이 많은 고위험 고령 환자의 경우 중환자 관리와 다학제 협진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러나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전문 인력 부족 및 수술실 배정 축소로 인해 즉각적인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사태의 원인은 중증도 산정 구조의 문제라고 지목했다. 지난 의·정 갈등 사태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이도록 한 구조전환 사업이 시행됐지만, 대다수의 암 수술과 달리 정형외과의 고난도·고위험 수술 상당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이 구조전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문진료질병군 중심으로 수술 구조를 재편하면서 정형외과 영역의 수술방을 감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형외과 수술에 적용되는 전문·일반진료질병군 분류 체계를 현실적인 중증도와 위험도에 맞게 조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학선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은 “특히 고관절 주위 골절 및 악성 연부조직 종양과 같이 실제로는 고위험·고난도 수술임에도 행정적 분류상 일반진료질병군으로 포함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제도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인력 이탈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24~2025년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지도전문의 873명 중 133명이 사직해 사직률은 15.2%에 달했고, 특히 비수도권 병원의 사직률은 19.1%로 더 높아 지역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교수 사직률 15.2%라는 수치는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며 “초고령사회에서 중증 근골격계 질환 치료 접근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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