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유채리기자] 식품업계의 가격 인하 릴레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에 제분·제당 등 기초 소재 분야부터 라면, 제빵, 식용유 등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가격을 내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하락이라는 외부 요인에 떠밀려 가격을 내리면서도 고공행진 중인 고정비 탓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라면 업체들이 내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팔도는 다음 달부터 팔도비빔면, 왕뚜껑 등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출고가 기준 평균 4.8% 인하한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도 일부 제품 가격 인하를 예고했다.
식용유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대상은 소비자용(B2C) 올리브유 등 제품 가격을 최대 5.2% 낮추기로 했다. 다른 5개 주요 식용유 업체들도 평균 3~6% 수준의 가격 인하를 준비 중이다. 제과업계에서는 해태제과가 계란과자, 롤리폴리 등 비스킷 제품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하며 물가 안정 기조에 발을 맞췄다.
이러한 배경에는 전분당, 밀가루 등 기초 소재 가격이 하락한 점이 일차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과거 가격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된 기초 소재 업체들이 담합 의혹 등으로 가격을 낮추자,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완제품 업체들도 가격 하락 명분이 생긴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도 결정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부당한 담합이나 시장 지배력 남용 등 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수사기관들이 철저히 감시·조사·제재할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가로 악명 높은 곳이 대한민국"이라며 한국의 높은 물가 수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가격 인하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같은 날 "상품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철저한 시장 감시와 물가 관리로 국민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가겠다"고도 말했다.
표면적인 가격 인하와 달리 기업 속내는 복잡하다. 밀가루 등 일부 소재 값은 내렸지만 인건비와 물류비 등 고정비는 여전히 오름세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6 식품외식산업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인건비 등 비용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가격을 낮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경영상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물가 안정 정책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가격 인하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농심의 경우 2023년 6.2%였던 영업이익률이 하반기 가격 인하 여파로 2024년 4.7%까지 하락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도 식품업체 고민을 더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해 전쟁 승리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했다. 이에 국제 유가는 100달러를 돌파한 후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 생활과 연관성이 높은 식품 가격을 인하해 서민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원부자재, 인건비, 물류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 등 외부 변수로 인해 유가 상승 등은 기업 입장에서 운송비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기업 수익성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가 업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원재료 하락·정부 압박에 가격 인하…인건비·물류비 등 고정비 부담 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