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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 가능성까지…이란發 리스크에 난감한 정유·석화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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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적극 협조"
위기의 석유화학사, '불가항력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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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0시부터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가운데, 정유사들이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에 충실히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가 주유하려는 차들로 붐비고 있다. /김성렬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란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전 세계 경제 판도가 흔들리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난감한 처지가 됐다.

13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0시부터 급격한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차원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 이후 유가가 폭등세를 나타내자,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최고가격을 설정한 것이다. 정부가 석유값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여년 만이다. 지정된 공급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리터당 1713원, 실내등유 리터당 1320원 등이다.

정유 업계는 중동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생활 필수재인 석유 제품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놓고 정유사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아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기름값 급등 과정에서 정유사 간 담합이 있었는지 확인하고자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정유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급등 영향을 받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에 쏠린 불편한 시선은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이제부터 기름 판매가에 대한 책임은 정유사가 아닌 주유소가 지게 된다. 그러나 종료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사업 활동을 벌이는 공급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수급 문제가 여전한 고민거리다.

일단 정유 업계는 정부 방침에 적극 동참한다는 뜻을 전했다. 대한석유협회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에 대비해 국가 경제 및 국민 체감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에 충실히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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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고객사에 제품 공급 계약 불이행을 뜻하는 '불가항력'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사진은 여수 산단 전경. /여수시


석유화학 업계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이 치명적인 상황이다. 사실상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간 화학사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장기 불황에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에서, 산업 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최근에는 '불가항력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불가항력은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때 선언하는 것으로, 책임을 면하거나 유예받을 수 있는 조처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에틸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원료 수급 차질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사실상 공급 중단 상태다. LG화학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공급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공지했다. 롯데케미칼도 일부 제품에 대해 추후 불가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객사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솔루션 역시 폴리올레핀 계열 등 일부 제품과 관련해 "상황에 따라 불가항력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린 것으로 파악된다.

전쟁이 장기화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지속된다면 공급 불가항력이 잇달아 선언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발언은 석유화학 업계 입장에서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메네이는 추대 이후 첫 성명 발표에서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고, 필요할 경우 또 다른 전선도 열 수 있다며 최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지금 상황(봉쇄)으로 계속되면, 원유와 가스, 원자재 수입 차질, 물류비 증가 등 석유화학 업계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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