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분쟁에 이달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2022년 11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환율이 지금처럼 급등락할 경우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변동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환당국은 현재 환율 수준이 경제 펀더멘털(기초 요건)과 괴리됐다고 판단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할 방침이다.
13일 한국은행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이달 12일까지 원/달러 환율의 일간 평균 변동률(주간 종가 기준)은 0.86%였다. 변동률이 1%를 넘긴 날은 7일 중 3일에 달했다. 가장 높은 변동률을 보였던 것은 지난 10일(1.76%)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유가 흐름에 강한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가 등락이 물가나 경제성장 경로 등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70%에 달했다. 그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지난 9일 걸프 산유국들의 잇단 감산에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두바이(Dubai)유 가격은 배럴당 100.42달러에서 125달러로 24.5% 급등했는데,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1476.4원에서 1495.5원으로 1.29% 뛰었다. 바로 다음날 유가 안정책 논의 등에 두바이유 가격은 115.2달러로 7.8% 다시 떨어졌다. 환율도 덩달아 1.76% 떨어지면서 1469.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가 진정되지 않지 않으면서 유가가 다시 급등하자 12일 주간 종가는 1% 오른 1481.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도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에 환율이 급등하며 148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도 10%가량 급등했다. 13일 주간 거래는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490.6원에 개장했다.
앞으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가가 계속 출렁이면 이달 환율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12일까지 환율 변동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 11월(0.9%)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당시 총 22일 중 변동률이 1%를 넘긴 것은 9일에 달했다. 무역수지 적자 지속에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지고 당국의 수급 안정화 대책도 맞물린 결과였다. 직전 최고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1.12%)이었다.
향후 환율 변동성은 중동 사태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달려있다. 외환당국은 유가가 안정되면 다시 원화 약세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미 달러화 가치가 횡보할 동안 원화는 약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와 대만 달러화도 약세를 보인 반면, 중국 위안화만 강세를 보였다. 나라별로 이런 차이를 보인 것은 경제 성장 등 펀더멘털과 외환정책 등 정책적 요인, 거주자 해외투자 등 수급 요인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보고서는 “올해 미국 달러화가 대체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 일본, 대만 등 주변국 통화도 대체로 점진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각국 펀더멘털, 정책, 수급 여건 등에 따라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화 또한 약세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엔화 등 주변국 환율 움직임에 따라 원화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원화와 일본 엔화 간의 동조 정도를 나타내는 상관계수는 작년 상반기 평균 0.35에서 작년 하반기 0.53으로 약 50% 뛰었다.
황건일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보고서에서 “3월 들어 중동지역 분쟁에 따른 대외 환경 급변으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며 “금리 및 환율이 중동 리스크로 인해 경제 펀더멘털에서 괴리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만큼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벼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