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가에서 트랙터를 이용해 밭에 씨를 뿌리는 파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란 전쟁 여파로 비료와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파종철을 앞둔 전 세계 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비료와 디젤 가격이 급등하면서 파종철을 앞둔 전 세계 농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동 공급망 차질이 비료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농가까지 생산비 압박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비료와 디젤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농민들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미 농업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쟁이 생산 투입 비용 상승을 더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업 전문 매체 팜저널(Farm Journal)이 올해 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농민의 약 75%는 농작물 재배 부문이 이미 불황 상태라고 답했다. 농가가 가장 우려하는 요인 역시 비료와 연료 등 생산 투입재 가격 상승이었다.
실제 비료 가격은 전쟁 이후 빠르게 뛰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 가격은 2월27일 톤당 458.29달러에서 3월12일 592.84달러로 2주 만에 29% 급등했다.
농기계와 농산물 운송에 쓰이는 디젤 가격도 상승세다. 트랙터와 농기계, 농산물 운송 트럭에 사용되는 경유 가격은 최근 일주일 사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농가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농업용 비료 포대가 창고에 대량으로 쌓여 있는 모습. 중동 공급망 불안으로 질소 비료 원료인 요소 가격이 최근 2주 만에 약 29% 급등하면서 글로벌 농가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 |
이 같은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중동 공급망 불안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비료 생산 원료와 완제품 이동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은 세계 비료 공급망의 핵심 지역이다. 카타르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주요 질소 비료 생산국이며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비료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운송된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비료 교역량의 약 3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비료 생산의 또 다른 핵심 원료인 황 역시 중동에서 대량 생산돼 글로벌 시장으로 공급된다. 이 때문에 중동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비료 가격 상승이 세계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영향은 미국을 넘어 확산되는 분위기다. 유럽은 이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비료 생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 공급 충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역시 변수다. 중국은 세계 최대 비료 생산국 가운데 하나지만 최근 자국 내 공급 안정을 위해 비료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비료 시장의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역시 에너지 의존 구조 때문에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원유의 약 95%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연료 가격 상승이 농기계 연료비와 물류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비료 시장의 대체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자국 내 수요와 생산 제약, 물류 문제 때문에 중동발 공급 공백을 충분히 메우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번 충격이 길어질수록 농민들이 비료 사용량을 줄이거나 작물 선택을 바꿀 수 있고, 결국 수확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