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우 등심 가격이 100g당 1만 원 선에 육박하면서 소비자들의 외식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A씨는 최근 대형마트 정육 코너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호주산 소고기를 카트에 담았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한우 구이를 즐기려 했지만, 100g당 1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표를 보고 발길을 돌린 것이다. A씨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더니, 이제 한우는 명절에나 먹는 음식 같다”며 씁쓸해했다.
치솟는 가격에 ‘한우 사랑’이 식어가고 있다. 한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정 내 소비량은 물론 외식 수요까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가정 내 한우 평균 구매량은 327g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60g)보다 약 9% 감소한 수치다.
한우 사육 마릿수가 지난해 330만 마리에서 319만 마리 수준으로 감소하며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재미있는 점은 전체 소고기 구매량(446g)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즉, 소고기 자체를 끊은 것이 아니라 ‘비싼 한우’ 대신 ‘저렴한 수입산’으로 수요가 옮겨갔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외식 점포당 매출량 지수 역시 전년 대비 5.5포인트 하락하며 한우 외식 시장의 불황을 증명했다.
한우 가격이 이토록 가파르게 오른 근본 원인은 물량 부족에 있다. 도축 마릿수가 줄어들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한우 도매가격은 ㎏당 2만 2050원을 기록하며 작년보다 18.4%나 올랐고, 2월에는 상승 폭이 20%까지 뛰었다.
소비자 체감가는 더 가혹하다. 2월 1등급 등심의 소비자가격은 100g당 9946원으로 1만 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수입 냉동 갈비(미국산) 가격은 100g당 4376원으로 작년보다 오히려 하락하며 한우와의 가격 격차를 더욱 벌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고기 수입량은 늘고 있다. 올해 1~2월 수입량은 7만 1000톤으로 전년보다 0.5% 증가했으며, 특히 가격 경쟁력이 있는 호주산 수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우 가격 .따른 소비 지형 변화. 제미나이를 생성해 만든 AI인포그래픽 |
문제는 이러한 한우 가격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한우 도매가격이 작년보다 약 6.9% 상승한 ㎏당 2만 1000원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본적인 공급난도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330만 마리를 넘어섰던 한우 사육 마릿수는 12월 기준 319만 7000마리까지 줄어들었다.
연구원은 올 연말까지 약 3만 마리가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장 2분기에도 작년 대비 11.7% 오른 가격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공급은 줄고 가격은 오르는 고물가 기조 속에 한우가 대중적인 식재료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생산 농가의 소득 보전과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유통 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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