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단축됐지만 정부 규제에 지역별 명암 갈려
서울시의 핵심 정비사업 모델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도입 5년 차를 맞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한 드라이브 아래 정비사업 초기 인허가 절차는 눈에 띄게 빨라졌지만, 정부의 금융·거래 규제가 강화된 이후 사업지별 온도 차는 더 뚜렷해졌다. 자산가치가 높은 한강 변 핵심지는 수주전까지 진입한 반면 외곽 노후 주거지는 이주와 자금 조달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시가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정비구역 지정까지 통상 5년 이상 걸리던 기간을 2년 수준으로 단축하는 제도다. 오 시장은 지난달 26일 이를 기반으로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8만5000가구 신속착공' 계획을 발표하며 공급 속도전을 재차 강조했다.
신통기획 재건축 1호 사업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대표적인 선행 사례로 꼽힌다. 현재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재건축 후 기존 1578가구에서 약 2500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수주전도 본격화됐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여의도 재건축 시장의 상징적 사업지로 부상했다. 시범아파트 내부 곳곳에는 치열한 수주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인근 대교(삼성물산), 한양(현대건설), 공작(대우건설)에 이어 여의도 재건축의 화룡점정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한때 서울시와 데이케어센터 설치 문제로 갈등이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정리됐다"며 "한강 변 알짜 입지인 만큼 건설사들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압구정3구역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수동 연결 보행교 설치 안이 지난해 말 정비계획에서 제외되면서 주요 갈등이 정리됐고 현재는 공사비 협상 단계에 진입했다. 최고 65층, 총 5175가구 규모로 계획된 이 사업은 총 공사비만 5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재 공식 출사표를 낸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며, 업계에서는 단독 입찰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내 현수막 |
재개발 분야에서는 천호3-1·2·3구역이 신통기획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3개 구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해 최고 23층, 634가구 규모 주거단지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천일초등학교와 맞닿은 입지를 반영해 어린이집, 맘 카페, 작은도서관 등을 집중 배치하며 생활권 단위 계획을 구현했다.
반면 외곽 사업지는 규제 강화 이후 속도가 더뎌졌다. 신림7구역은 신통기획을 통해 10년 만에 사업이 재개되며 용도지역 상향(1종→2종)과 용적률 인센티브(170%→215%)를 적용받아 1402가구 규모 재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와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이 겹치며 착공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양천구 신정4구역 역시 서울시 지원으로 사업 절차는 앞당겨졌지만, 실제 이주 단계에 들어서자 대출 규제와 이자 부담이 현실적인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사업성이 확보된 곳은 개인 간 이권 문제지만, 낙후 지역은 사업의 존폐 위기로 접근해야 한다"며 "공급 확대가 목표라면 정책 자금을 지원해서라도 이들을 끌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이난희 기자 ( nancho09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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