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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부른 나비효과…미 사모대출 리스크, ‘더 큰 위기’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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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인근 월스트리트 표지판.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미국 사모펀드 대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 대출업계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한 영향이다. ‘AI 파괴론’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요청이 급증했고,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회사들마저 자금 인출을 제한하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미국 사모 대출 시장의 신용 불안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클리프워터가 주력 사모대출 펀드에서 전체 지분의 14%에 달하는 환매 요청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클리프워터 사모대출 펀드의 자산규모는 330억달러(약 48조원)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대출 펀드 중에서는 두번째로 크다. 클리프워터는 결국 최대 한도인 자산의 7%까지만 환매를 허용하고, 나머지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사모대출 펀드는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 운용사가 직접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규제가 강해지면서 반사효과로 사모대출 시장이 빠르게 팽창했다. 현재 미국 사모대출 시장 전체 규모는 1조8000억달러(약 26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클리프워터 사태는 연초부터 이어진 미국 사모대출 환매 사태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달 사모대출 운용사 블루아울캐피털 환매 사태가 시발점이었다. 자산가치 15.4%에 달하는 환매 요청이 쏟아지자 주력 펀드의 환매를 전격 중단한 것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까지 팔아치웠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역시 1분기 사모대출 펀드에서 전체 자산가치의 7.9%에 달하는 38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요청을 받았으며 자체 임직원 펀드까지 동원해 간신히 틀어막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사모대출 펀드도 자산가치의 5% 이상 자금 인출을 아예 제한했다.

이같은 대규모 환매 배경에는 사모대출 시장의 주된 먹거리였던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감이 자리한다. 코로나19를 전후로 많은 사모펀드 회사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급격히 늘렸다. 기업 고객들로부터 안정적인 구독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AI기업 앤쓰로픽이 업무용 AI ‘클로드 코워크’를 출시하면서 전통적인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이른바 ‘AI 파괴론’이 번졌다. 오라클·세일즈포스 등 미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으며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모펀드들도 비상에 걸렸다. 문제가 된 사모펀드들은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소프트웨어 업종 비율이 20~30%, 많게는 7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가의 보수적인 금융사들은 이미 사모대출 위험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날 미국 CNBC는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소프트웨어 업계에 돈을 빌려준 사모대출 펀드들의 담보자산 가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펀드들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 한도가 줄어들고 기존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국내 금융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들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 현황과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을 점검한 데 이어, 판매 가이드라인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해외 사모대출 판매잔액은 17조원이다. 특히 개인투자자 판매 잔액은 2023년 1154억원에서 지난해 4797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다만 국내에 판매되는 해외 사모대출 펀드는 높은 등급 자산을 기초로 하고 국내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한 차례 더 거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에선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긴 연쇄작용의 끝에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까지 막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사모펀드 기업 대출이 막히면 그 영향이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펀드 매니저인 금융 전문가 조지 노블은 이날 자신의 엑스에 “펀드들이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을 막기 시작한 뒤 베어스턴스는 6개월 만에 파산했다”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의 환매를 막기 시작한다면, 이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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