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법개혁 3법을 공포·시행한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가 12일 0시부터 시행된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법왜곡죄 고발 1호 대상이 됐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면서 법을 왜곡해 의도적으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 법왜곡죄 시행 첫날 대법원장 고발당해
12일 이병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이 이 대통령 재판을 진행하며 서면주의 원칙을 의도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법왜곡죄를 위반했다”며 2일 이들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선제적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고발장을 통해 “형사소송법상 서면주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7만여 쪽의 종이기록을 출력해 사건을 검토해야 하는 데 이 대통령 사건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를 가장 잘 아는 최고의 법률 전문가인 대법관임에도 의도적으로 이 대통령의 이익을 해할 목적으로 서면주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이 변호사의 주거지 관할인 용인서부서에 배당했다. 다만 경찰 내부에선 “법관의 법 적용과 법리 해석에 대해 수사하는게 부담스럽다”며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수사 주체가 누군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사나 검사를 수사할 순 있지만 수사 가능 대상 범죄에 법왜곡죄가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이날 공수처에도 같은 내용으로 조 대법원장 등을 추가로 고발했다. 과거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변호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 변호사는 이 대표와 멀어졌고 지난해 대선 당시 모욕죄 등으로 이 대표를 고발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5월 1일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으로 사건이 배당된 지 9일 만에 이뤄진 판결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판결 등을 문제삼아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민주당 김병주 민형배 이성윤, 조국혁신당 김준형, 무소속 최혁진 등 범여권 의원 13명은 이날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탄핵사유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날부터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탄핵소추안 발의에 동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현재 99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조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개별 의원들이 참여한 것일 뿐 당론은 아니다”고 말했다.
● 재판소원 1호는 난민 퇴거 취소 사건
헌법재판소에는 이날 재판소원 1호 사건으로 시리아 국적 외국인이 청구한 사건 등 오후 6시까지 16건이 접수됐다.
이날 오전 0시 10분경 시리아 국적 외국인 A 씨는 “강제퇴거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당해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A 씨는 외국인 허위 초청 등 혐의로 2023년 징역 1년형이 확정됐는데, 이를 근거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다만 A 씨가 청구한 재판소원 대상인 법원 판결이 1월 8일 대법원에서 확정돼 ‘판결 확정 30일 이내에 청구’하도록 한 요건을 어겨 헌재에서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2호 사건은 납북 귀환 어부 고 김달수 씨의 유족이 “형사보상 지연 결정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달라”며 청구한 사건이다.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김 씨는 2023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유족이 청구한 형사보상을 법원이 1년 2개월 뒤에 인용하자, 유족은 “6개월 이내에 보상 결정을 해야 한다는 형사보상법을 위반했다”며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해당 판결은 유족과 국가가 상고를 포기해 항소심 단계에서 지난달 20일 확정됐다. 앞서 헌재는 “1, 2심 등 하급심 판결도 확정시 재판소원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전국 법원장들은 충북 제천에서 비공개로 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인용시 취소된 재판의 후속절차와 집행 효력 등에 대해 법을 개정해 국민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법왜곡죄와 관련해선 “형사법관 보호를 위해 재판독립을 도모할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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