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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잘린 마케팅맨, 우편배달로 육체노동 행복 만끽[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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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지음 | 정혜윤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404쪽 | 1만8800원
경향신문

“나는 컨설팅 일을 하다가 잘렸다. 나의 팬데믹은 그렇게 시작됐다.”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는 약 20년 경력의 마케팅 컨설턴트였다. 교수인 아버지와 연구자 어머니 아래 유복하게 자랐고, 뉴욕에 있는 세계적 기업과도 협업했다. 몇몇 대학 겸임교수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친 2020년 4월 50세의 나이에 그는 해고됐다. 암 투병 중인 터라 건강보험이 필요했지만 컨설턴트로서 재취업에는 실패한다. 고향인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서 미국 연방우정국의 우편배달부로 취직한 그는 처음으로 육체노동을 하며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처음엔 우편배달부 일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운전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석유 냄새와 종이 냄새가 뒤섞인 차고지에서 쉴 틈 없이 우편물을 분류하고, 추위와 더위에 노출되며, 통제할 수 없는 고객들 앞에 놓이는 등 고되고 어려운 일들이 반복됐다. 자신이 강의했던 대학에 우편배달을 갈 때는 묘한 괴리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일하며 건실한 집배원으로 변한다.

일에 익숙해지면서 그는 배달부 일에 대해 “시시때때로 우라지게 재밌었다”고 말한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차로 넘어 다니며 바람을 맞을 때, 길바닥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을 때면 자유를 느꼈다. 물건을 건네받은 고객이 기뻐하는 순간 함께 기뻤고, 동료들은 새로운 배움을 가져다줬다. 험한 날씨와 고된 육체노동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축복이었다.

그의 회고는 절박하면서도 유쾌하다. 일을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분투와 일상의 행복을 끄집어내는 유머러스함이 뒤섞인다. 책을 읽다보면 함께 광활한 도로를 달리는 배달부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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