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하한 가운데, 일부는 해외 제품의 가격을 올려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280360)는 올해 1분기 주요 해외 제품의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다. 해외 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인도 법인은 아이스크림류 가격을 평균 5~10% 올렸다. 러시아 법인도 초코파이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5~10% 인상했다. 파키스탄 법인인 롯데콜손은 스낵과 파스타류 제품 가격을 평균 10~15% 올렸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환율 및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보다 가격 조정에 대한 소비자·정부 민감도가 낮은 해외 시장을 수익성 회복의 돌파구로 삼은 셈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 216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6%로 2024년 3.9%에서 1.3%포인트 낮아졌다.
해외 법인과 수출 실적을 합친 글로벌 사업 매출 역시 14.5% 증가한 9809억 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5% 감소해 385억 원에 그쳤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카카오와 유제품 등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심해지면서 법인별로 수익성을 판단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해외 법인의 수익성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점도 가격 인상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4년 20%에서 지난해 약 29%까지 늘었으며 2028년 3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회사는 향후 시장 상황과 원재료 가격 추이에 따라 가격 조정 여부를 추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가 소비자 물가 부담 완화를 강조하면서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당·제분업체들이 담합으로 적발된 뒤 자발적으로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낮춘 이후 가공식품 가격 인하로 확산하는 추세다. 12일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들은 제품 출고가를 6~14% 낮춘다고 발표했다. 오뚜기·대상·CJ제일제당 등은 올리브유·카놀라유 등 식용유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해태제과도 이날 ‘롤리폴리’와 계란과자 ‘베베핀’ 등 비스킷 제품 2종의 가격을 내린다고 밝혔다. 롤리폴리는 1800원에서 1700원으로 5.6%, 베베핀은 1900원에서 1800원으로 5.3% 인하된다. 현재 유통 채널의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인하된 가격이 적용될 예정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역시 이날부터 빵과 케이크 등 17종의 공급가를 평균 8.2% 낮췄다. △단팥빵 △마구마구 밤식빵 △생생 생크림식빵 등 빵류 16종의 권장 소비자가격은 100~1100원 인하되고 케이크 ‘랏소 베리굿데이’는 1만 원 내려간다. 파리바게뜨는 13일부터 단팥빵과 소보루빵, 슈크림빵 등 빵 6종의 가격을 100~1000원 낮추고 케이크 5종도 최대 1만 원 인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의 경우 가격 인하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 등으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체감 물가 안정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선 가격 인상을 쉽사리 단행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현영 기자 nonst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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