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보험업계의 재무 건전성 관리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보험사의 자산 운용 구조상 시장 변동의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12일 박지선 보험 담당 부원장 주재로 보험회사 14곳 재무담당 임원(CFO)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중동 상황 악화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대응 방안과 함께 중동 지역 내 한국 기업과 선박의 보험 보장 공백 최소화 방안도 논의됐다.
금감원은 보험업 특성상 장기 자산 투자 비중이 높고 채권·수익증권 등 유가증권 투자 비중이 높은 구조에 주목했다. 실제 보험업권의 총자산 대비 유가증권 투자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70.9%로 채권 40.8%, 수익증권 9.9%, 외화 유가증권 11.4%, 주식 5.1% 등으로 집계됐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자산 가격 조정이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박지선 부원장은 중동 상황 악화 시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자산 가격 조정, 장기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부채 듀레이션 불일치, 달러 수요 증가에 따른 외환시장 경색 등 다양한 경로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해외 사모대출과 해외 부동산 등 경기 민감 자산에 대한 건전성 관리와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 확보를 주문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금리·주가·환율 등 경제 변수와 해지율·손해율 등 보험 위험을 함께 반영한 복합 위기 상황 분석을 실시하고 단계별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도 당부했다. 보험 상품 설계 과정에서도 낙관적인 계리 가정을 통해 초기 이익을 과도하게 반영하는 관행을 경계하고 예실차 관리 등 재무 건전성 중심의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수수료 경쟁이나 설계사 정착지원금 확대 등 소비자 신뢰와 재무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과열 경쟁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중동 지역 내 한국 기업과 선박의 보험 보장 현황도 점검됐다. 보험사들은 페르시아만에 정박 중인 국내 선박의 경우 중동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존 보험 계약이 취소되고 위험을 반영한 신규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대규모 손해가 발생할 경우 국내 보험사와 해외 재보험사 간 정산 지연으로 유동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필요 시 일반계정과 특별계정 간 자금 차입을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비조치 의견서 발급 등 유동성 지원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보험업계 역시 중동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선박의 보험 보장 공백을 최소화하고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보험금 신속 지급, 해외 체류자를 위한 긴급 상담 채널 운영 등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동 상황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업계와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각 보험사의 복합 위기 상황 분석과 위기 대응 계획 수립 및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김재은 기자 ( dov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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