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중국인민해방군(PLA) 항공기 8대가 포착되고, 이중 6대가 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타이완 중부와 남서부 영공에 진입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전날만해도 PLA 항공기 30대가 포착됐고, 이중 22대가 중간선을 넘었다.
타이완 국방부에 PLA 전투기ㆍ폭격기ㆍ정찰기 등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및 영공 침범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타이완 주변에 하루에도 수십 차례 출몰해, 타이완 공군은 피로감이 누적되는 상황이었다.
타이완 공군의 F-16 전투기가 섬 남쪽의 바시 해협 상공을 지나는 중국인민해방군의 H-6 폭격기를 바짝 따라 붙어 모니터하고 있다. |
그런데 지난달 26일 이후 그 많던 PLA 항공기들이 타이완 섬 주변에서 사라진 것이다. 유일한 예외는 6일 낮에 있었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ADIZ)남서쪽으로 진입한2대의 중국군 항공기였다.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사활동 상황을 수집ㆍ분석하는 PLATracker의 설립자인 벤 루이스는 뉴욕타임스에 “이는 기존의 행동 패턴과 비교하면 매우 극적인 변화로, 이런 (항공기 도발) 공백은 2021년 이후 가장 긴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에 따르면, 2021년에는 약 3주 동안 중국인민해방군의 전체 비행이 단 다섯 차례에 그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공백 기간 중 일부가 타이완 주변을 지나간 폭우를 동반한 열대폭풍과 겹쳤지만, 이번에는 날씨도 안정적이었다.
중국이 타이완의 ADIZ 침범 건수는 2020년부터 급격히 늘어 그해 약 390회였던 것이 작년에는 3764회로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0.3회꼴이었다.
PLA트래커에 따르면, PLA 군용기의 타이완 ADIZ 비행 횟수는 중국의 연례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역할)가 열리는 1주일 동안 줄어들기는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비행은 계속 있었다. 올해 전인대는 5일 시작했고 12일 끝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분석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ㆍ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일정(3월31일~4월2일)을 앞두고 준비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 ▲유가 상승에 따라 중국이 연료를 절약하려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타이완 국방안전연구원의 어시푸(歐錫富) 부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전쟁 중인 상황에서, 시진핑은 자신이 추가로 골칫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트럼프가 생각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부드럽게 진행되고, 중국을 미국과 동등한 강대국으로 표출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최근 비행 감소가 PLA 공군 내부에 대한 숙청의 영향일 수도 있다고 봤다. 타이완을 담당하는 PLA 동부전구(戰區)를 포함해 중국 군부에서는 고위 장성, 지휘관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이뤄졌다.
한편 미국의 싱크탱크인 ‘내셔널 아시아 리서치 뷰로’의 트리스탄 탕 연구원은 PLA 공군이 단순히 훈련 방식을 바꾼 것으로 봤다. 그는 “이미 작년보다 PLA 공군의 침범이 없는 날이 늘어났다. 지금의 현상은 사실 반년 이상 진행된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임박한 군사 행동에 앞서, 의도적으로 긴장을 낮추고 있다는 추측에 대해선 반박했다.
중국 국방부는 PLA 군용기 ‘증발’에 대해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구리슝 타이완 국방장관은 “PLA 군용기 감소를 중국의 군사 위협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전투기가 오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표를 함께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PLA 해군의 타이완 주변 활동은 계속 탐지된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차이나 파워 프로젝트 담당자인 브라이언 하트는 뉴욕타임스에 “타이완 주변에서 보고되는 PLA 해군 함정 수에선 비슷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무엇이 PLA 군용기가 사라지게 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타이완 정부와 PLA 활동 분석가들은 중국 전인대가 폐막한 뒤에 ‘군용기 침범’이 다시 증가하는지에 주목한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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