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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상승·깃털 하락' 언제까지…기름값 해법 진짜 없나[디깅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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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리포트
ℓ당 수백원↑…가격조정 비대칭성 또 도마에
싱가포르 현물 시장 기준으로 공급가 설정
사후정산 거래관행 불확성 확대 급등 원인
주유소 전량구매 계약은 공급처 선택권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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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매일 상승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에 지난 5일(오른쪽 사진)에 비해 하루 만인 6일 휘발유는 20원, 경유는 50원 오른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윤동주 기자


"주유소 석유류 가격이 하루 만에 ℓ당 200원 넘게 오를 때도 있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마귀라고 하지만 이게 너무 심한 것 같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주유소 가격이 치솟자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를 대상으로 고강도 합동 조사에 나섰다. 30년 만에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도 예고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 9일 정유 업계 간담회에서 "일부 주유소들은 일주일 만에 휘발유는 500원, 경유는 700원 넘게 올렸다고 한다"며 "특히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인상을 하루 이틀 만에 국내 가격에 반영하면서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는 국민의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때마다 국내 석유 제품 가격 조정의 비대칭성은 도마 위에 올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올라 정유사가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대로 국제 유가가 떨어질 때 국내 석유 가격 인하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오를 때는 로켓, 내릴 때는 깃털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유사·주유소는 책임 공방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게 지난달 28일. 중동산 원유가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20여일의 시간이 걸리고 이를 정제해 시중에 유통하는 데 또 몇 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정유사와 주유소는 전쟁 발발 하루 이틀 뒤 곧바로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렸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는 3월 3일 주유소에 보낸 문자에서 3월9일부터 ℓ당 휘발유 117원, 등유 241원, 경유 221원을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하루 만에 다시 문자를 보내 휘발유 179원, 등유 375원, 경유 324원 인상으로 조정했다. 3월5일에는 휘발유 210원, 등유 1017원, 경유 445원 인상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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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전국 주유소 기름값도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기름값이 싼 곳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강진형 기자


석유 제품 가격이 폭등하자 국민의 불만이 쏟아졌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명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석유 가격이 급등한 것을 두고 정유 업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주유소 업계는 정유사 공급 가격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유소는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소매 유통업"이라며 "가격 상승 1차 요인은 정유사 공급 가격 인상"이라고 밝혔다.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에 반박한 것이다.

주유소협회 측은 "석유제품 가격 상당수는 유류세가 차지하고, 유류세를 포함한 정유사 공급가를 제외하면 주유소의 유통 비용 비중은 4~6% 수준에 불과하다"며 "카드 수수료와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주유소가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격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정유사는 소비자의 가수요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주유소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탱크 교체 주기가 앞당겨졌고 이 과정에서 가격 상승이 빠르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소비자의 가수요로 재고가 빨리 소진되다 보니 주유소는 이미 국제 유가가 반영된 공급 가격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공급 가격이 상승할 것을 예상해 판매가에 선반영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반영, 오를 때는 즉각 내릴 때는 천천히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석유 가격이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실제 석유 제품을 구매하기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치게 된다.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이를 정제한 뒤 수출하거나 내수 시장에 판매한다. 정유사가 대리점을 통해 주유소에 공급하면 주유소가 적정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에는 유류세가 포함된다.

이때 소비자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원유를 수입, 정제하는 데 드는 생산 비용에 근거해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 제품의 가격이 기준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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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싱가포르 현물시장(MOPS)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에너지 허브로 이 지역의 거래 가격이 아시아 에너지 시장의 지표가 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거래 가격에 환율을 적용해 대리점이나 주유소의 공급 가격을 결정한다.

따라서 중동산 원유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국제 유가가 급등한다면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갑자기 뛸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정유사가 공급 가격을 올린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국제 유가가 내리더라도 국내 공급가에 더디게 반영되는 것은 정유사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기간 평균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유가 변동 폭이 클 때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월 단위 혹은 일주일 단위 평균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각 사가 어떻게 적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깜깜이 거래…사후정산 관행 사라져야"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사후 정산 거래 관행도 최근 석유 제품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후정산 제도란 일단 정유사가 제시한 금액으로 구매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확정된 금액으로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대부분 사후 정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향후 사후정산을 통해 얼마를 돌려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처럼 국제 유가가 급등할 때는 선제적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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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대전 유성구의 한 주유소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6.3.6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사후정산이 주유소에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 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는 행위로,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유 4사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에쓰오일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대법원은 2013년 "사후 정산 관행은 불공정 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정유사의 사후정산 관행이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 관행으로 주유소가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유 및 주유소 업계에서는 사후 정산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종민 의원(무소속)은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가격이 결정돼야 하는데 지금 유가 시장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며 "주유소 사장이 실제 공급 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름을 공급받고 사후에 가격이 정산되는 것은 매우 이상한 거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유 4사 독과점·전략 구매 문제없나

일부에서는 정유 4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 4사의 국내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들과 전량 구매 방식으로 계약하고 있다. 주유소가 하나의 정유사가 제공하는 석유 제품만을 구매하는 계약 방식이다.

전량 구매 방식은 개별 주유소가 복수의 공급자와 협상을 통해 더 낮은 가격의 석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 최근 가격 급등과 관련해 공정위도 정유 4사의 담합 행위 여부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에 대해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정유 4사가 독과점처럼 보이지만 수출 시장에서는 경쟁하는 구도"라며 "사실상 공급 과잉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유 4사 독과점 체계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2011년 알뜰 주유소를 도입했다. 현재 전국 알뜰주유소 개수는 1200개 내외로 파악된다. 알뜰주유소 석유 제품 가격은 30~50원가량 저렴해 일정 효과를 거두었지만, 정유 4사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못했다.

국내 석유 제품 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0~60%로 높고 국제 유가에 의해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알뜰주유소 도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초과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에서 횡재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유 가격 제도 어떻게 바뀌었나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은 1997년 가격 자유화 조치 이전까지는 정부가 엄격히 통제했다. 해방 이후 1948년에는 정부가 국내 유통되는 모든 석유 제품의 가격을 결정해 고시하는 고정 가격제를 도입했다.

이어 1969년부터 1994년까지는 정유사에서 주유소까지 유통 단계별 가격의 최고 가격을 고시해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1994년부터는 국제 석유 제품의 가격에 연동해 국내 석유 제품의 유종별 가격을 결정하는 유가 연동제를 도입했다.

1997년부터는 유가 자유화가 실시됐다. 석유 자유화 이후 정부가 석유 제품에 최고 가격을 지정한 적은 없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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