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통제되면서 원유선적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 사이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유안타증권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에도 이같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걸프만 지역에서 공급되는 해외 원유 수출량이 하루 1100만~1200만배럴 줄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서만 각각 300만배럴이 줄었고, 쿠웨이트(200만배럴), 이란(150만배럴) 등 공급이 쪼그라든 것이다. 이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에서 9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에 지난 9일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3억배럴 이상 SPR 방출을 합의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차질을 일시 완화해 국제유가 추가 상승을 막을 수 있지만 우려할 부분도 남아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PR 방출 규모가 3억~4억배럴이라는 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원유 공급 차질이 최소 1개월 정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정이 깔린 것"이라며 "우리나라 업계도 최악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유업체는 이달 말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선적 차질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한국 정유사의 하루 원유 수입량은 300만배럴에서 160만배럴로 줄어든다. 올해 1월 민간 원유재고량 3821만배럴과 호르무즈를 제외한 하루 수입량 160만배럴로 하루 297만배럴을 쓰는 정제설비를 계속 가동할 경우 1개월 뒤에는 원유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 다음 달부터는 석유제품 감산 고비에 이르면서 국가 차원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석유제품 수출량을 줄여 내수용 비축물량을 확대하고, 휘발유와 등·경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가격 폭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원유 도입이 더 늦춰지면 본격 전략비축유 방출에 이어 유류 할당제 등 소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체 상황은 더 긴박하다.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는 원료인 나프타를 2~3주 분량 정도 보유하고 있다. 전략비축유 비중 대부분이 원유인 한국석유공사에 기댈 수도 없다. 이런 배경에 석화업체들은 정유업체보다 이른 이달 두 번째 주부터 70% 중반으로 저율 가동을 시작했다. 황 연구원은 "다음 달 초까지 호르무즈 나프타가 한국에 도착하지 않으면 수입에 의존하는 NCC 설비는 가동을 멈춰야 한다"며 "IT외장재, 자동차소재, 건축소재, 섬유소재 생산업체는 화학제품 공급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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