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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이상합니다” 작업 멈춘 3분…대형 화학사고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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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안전보건공단 ‘화학사고 예방 우수사례집’ 발간
'화재·폭발·누출' 사고 예방 안전관리 방식 정리 제공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냄새가 평소와 다릅니다. 작업을 잠시 멈추겠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원료 투입을 준비하던 작업자가 말했다. 평소와 다른 냄새를 감지한 그는 곧바로 공정을 멈췄다. 점검 결과 배관 연결 부위에서 미세한 화학물질 누출이 확인됐다. 작은 이상 신호였지만 그대로 작업이 이어졌다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현장의 판단이 사고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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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나도 다른 구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구조부터 바꿔야 합니다.”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비츠로셀은 2017년 공장 화재 이후 창고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하나의 창고를 6개의 격실로 나누고 각 격실마다 살수 설비를 설치했다. 화재가 발생해도 다른 공간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사고 경험이 새로운 안전 기준이 됐다.

“가스가 감지되면 사람이 아니라 설비가 먼저 움직입니다.”

합성수지 제조업체 폴리미래 공장에서는 가스 감지기가 작동하면 자동 소화 설비가 즉시 가동된다. 자동 회전식 방사기와 워터커튼이 초기 화재 확산을 막는다. 초기 5~10분 대응이 화재 피해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대응 이전에 시스템이 먼저 움직이도록 만든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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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산업 현장에서 감지된 작은 이상 징후와 설비 기반 안전 시스템은 대형 화학사고를 막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러한 사례를 모은 ‘화학사고 예방 우수사례집’을 발간했다.

이번 사례집은 화재·폭발·누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실제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안전관리 방식을 정리한 자료다. 전지 제조, 폐플라스틱 열분해 등 최근 확대되는 신산업 공정까지 포함해 현장에서 작동하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소개했다. 단순한 사고 사례가 아니라 설계·관리·운영 단계에서 위험을 통제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사례집은 특히 세 가지 방향의 안전관리 모델을 제시한다.

첫째는 현장 중심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다. 생산 공정 설계 단계에서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작업 절차를 표준화해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방식이다. 도료 제조업체 조광요턴은 정전기 접지와 비상정지 장치 등을 공정 구간마다 설치해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휴먼에러를 사전에 차단했다. 또한 자체 안전관리 시스템을 통해 수급업체도 안전작업 평가를 통과해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는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다. 반도체 식각가스를 생산하는 SK레조낙은 공정안전자료 시스템과 변경관리 시스템, 설비관리 시스템을 연동해 하나의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설비 변경이 발생하면 관련 도면과 절차, 교육자료 등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도록 설계해 안전정보가 현장에 즉시 반영되도록 했다.

셋째는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안전 노하우를 확산하는 방식이다. 폐유기용제 정제 기업 코스람산업과 합성수지 제조업체 세호는 공정안전관리 우수 기업의 매칭 컨설팅을 통해 작업허가 절차와 위험성 평가 체계를 개선했다. 이를 통해 공정안전관리 평가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하는 성과도 나타났다.

신산업 분야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한 사례도 포함됐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설비를 제작하는 에코크레이션은 자회사에서 실제 설비를 운전하며 얻은 데이터를 설계에 반영해 설비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현장에는 시운전 전 안전점검일지와 작업허가서 등 안전 매뉴얼을 제공해 작업 절차를 표준화하고 있다.

오영민 노동부 안전보건감독국장은 “화학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지만, 설계 단계에서부터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이번 사례집이 산업 현장의 노사 모두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돼 우리 화학 산업의 안전 기초 체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화학사고 예방 우수사례집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누리집, 전자책 플랫폼 등을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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