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 청문회를 거쳐 상원 인준을 받으면 오는 6월 취임하게 된다./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향후 금리 인하를 두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상원 인준을 받을 경우 6월부터 연준 의장에 오르는 케빈 워시 지명자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연준의 두 가지 책무를 동시에 달성하기 까다로운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연준은 1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서 금리 동결 예상은 97%를 넘는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이 불러온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지속될지가 변수다. 월가의 관심은 연준이 지난해 12월 멈춘 금리 인하를 언제 다시 재개할지 여부에 있다. 당초 시장은 제롬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임기를 마치고, 7월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9월 이후를 예상한다.
문제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파장을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간신히 잡아 온 인플레이션을 다시 높이는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11일 미 노동부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1월과 같은 수준으로, 전문가 예상에도 부합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각각 전년 대비 2.5% 상승해 예상치에 근접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지수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높게 지속되면 운송 및 식품 품목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정한다./로이터 연합뉴스 |
금리 인하를 마냥 늦출 만큼 노동 시장이 호조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지난 6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9만2000명 감소해 5만명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예측을 크게 밑돌았다. 기업 비용이 늘어나면 향후 고용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경기 침체의 요소가 된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올해 경제 성장을 약 0.1%포인트 감소시킬 것으로 추산했다.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연준이 도전적인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금리 인하 요구를 받고 있는 워시 지명자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과의 면접에서 금리 인하를 공언한 그는 취임 뒤 트럼프로부터 ‘금리 인하’라는 청구서를 받아 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요구를 들어주자니 인플레이션이 걱정되지만, 그렇다고 마냥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 이럴 경우 워시 지명으로 잠시 소강 상태를 맞은 정부와 연준의 싸움이 재개될 수 있다. CNBC는 “취임을 앞둔 워시가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고 했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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