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사진=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에 나선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시장 안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3척이 정체 불명의 공격을 받았고 이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EA 사상 최대 4억배럴 비축유 방출
IEA는 11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원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총 4억 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동 비축유 방출 조치다. 지금까지 IEA 회원국들이 가장 많은 비축유를 방출한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억8200만 배럴이다.
IEA는 다만 비축유가 언제 시장에 공급될지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32개 회원국의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방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오는 16일부터 전략 비축유를 독자적으로 방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비축분 15일치와 정부 비축분 30일치 석유를 방출할 계획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석유시장 도전은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다"며 "회원국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긴급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석유 시장은 글로벌 시장인 만큼 대규모 공급 차질에 대한 대응도 글로벌해야 한다"며 "에너지 안보는 IEA의 설립 목적이며 회원국들이 강한 연대를 보여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비축유 방출로도 공급 충격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분석가들은 IEA의 최대 방출 능력으로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하는 하루 약 20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물량을 모두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해안 앞에 위치한 좁은 해상 통로로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한다. 전 세계 원유와 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골프 리조트인 트럼프 내셔널 마이애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란 “유가 200달러 갈 수도”…호르무즈 선박 피격
이란과 대리 세력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군사령부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카리는 미국을 향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준비를 하라. 유가는 당신들이 불안정하게 만든 지역 안보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3척이 피격됐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 지역에서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13~14척 수준으로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해상무역운영국(UKMTO)을 인용해 화물선 두 척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체 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당했고 세 번째 선박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북서쪽 약 80km 해상에서 공격당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국적 벌크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는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중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발사체 두 발에 맞아 화재가 발생했고 기관실이 파손됐다.
선사인 프레셔스 쉬핑은 성명을 통해 선원 3명이 실종돼 기관실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선원 20명은 안전하게 대피해 오만으로 이동했다.
이날 일본 국적 컨테이너선 '원 마제스티(ONE Majesty)'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인근 해상에서 정체 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
또 다른 벌크선인 마셜제도 국적 '스타 그위네스(Star Gwyneth)'도 두바이 북서쪽 해상에서 발사체에 맞아 선체가 일부 손상됐다. 다만 선원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UKMTO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오만만 일대에서 총 13~14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았다.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군사 호위를 요청하고 있지만 미 해군은 현재 공격 위험이 너무 높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 배럴당 90달러선 거래
국제 유가는 중동 정세 영향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미 동부시간 오전 11시 기준 전장 대비 3.5% 오른 배럴당 90.9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같은 시간 전장 대비 3.3% 오른 배럴당 86.2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지난 9일 배럴당 100달러를 웃돈 뒤 빠르게 반락해 현재 80달러대 중반~90달러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 노트에서 이란 전쟁으로 걸프해역 석유 수출 감소 규모가 하루 1540만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이번 비축유 방출 규모는 약 26일치 공급 감소량에 해당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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