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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반느' 고아성 "경록 문상민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련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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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 아나요" 부르며 마지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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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이종필 감독이 10년 넘게 품어오다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감독 곁에서 영화의 탄생을 지켜본 배우가 있다. 바로 고아성이다. 제작사가 붙기 전부터 두 사람은 영화의 주요 배경인 백화점 주차장을 함께 돌았고, 극중 '켄터키 호프'를 찾아 을지로 골목을 누볐다. 남자 주인공 경록(문상민)의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감독이 직접 경록의 대사를 읽어 주며 리딩 상대가 되어줬다.

박민규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원작인 '파반느'는 20대 청춘 경록(문상민)이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전개된다. 그곳에서 농담과 익살 뒤에 속내를 숨긴 요한(변요한), 타인의 시선을 피해 마음을 닫고 살아온 미정(고아성)을 만난다. 영화는 경록과 미정의 멜로를 축으로, 세 청춘의 초라하지만 빛나는 순간과 상처, 진심 그리고 성장을 따라간다.

고아성, "이런 마음 아나요" 부르며 마지막 인터뷰

고아성을 만난 것은 ‘파반느’ 공개 이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였다. 라운드 인터뷰의 마지막 순서였다. 그는 무선 마이크를 들고 극 중 미정이 불렀던 OST ‘이런 마음 아나요’를 조용히 불렀다. 영화 속에서 그 노래를 듣고 경록이 눈물을 쏟던 바로 그 장면의 노래다. “마지막이니까 우울하지 않게 즐겁게 하겠다”는 그의 말이 처음에는 의아하게 들렸다. 영화는 공개 이후 넷플릭스 인기 순위 상위권을 기록했고, 관객과 언론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곧 이해됐다. 오래도록 사랑해온 작품을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 배우로서의 아쉬운 작별 인사였다.

고아성은 “많은 작품을 했지만 ‘파반느’는 제 한 시절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라며 “제 진짜 모습을 영화에 담을 수 있어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통해 저 역시 위안을 받았다”며 “누군가가 제 진짜 모습을 알아봐 주는 순간, 나의 초라한 모습까지도 받아주고 환영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원작은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이에 따라 극중 미정의 외모는 기존 배우 이미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설계됐다. 고아성은 “배우라는 직업이 보여지는 직업이라 퍼스널 컬러나 체형 분석 같은 것을 하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내게 어울리지 않은 색깔을 찾아 취했다”고 했다.

영화 ‘괴물’(2006) 이후 다시 만난 송종희 분장감독과 세밀한 변화도 시도했다. 그는 “특수분장으로 크게 바꾸기보다 미세한 균열을 만드는 방식이었다”며 “살짝 어긋난 치아 인상을 주기 위해 특수 장치를 끼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정은 집에 거울이 없는 사람일 것 같았다. 경록과의 데이트를 앞두고 밥상을 끌어와 옷장 속 거울을 보며 화장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콘티에 반영됐고, 그렇게 꾸며진 세트를 보고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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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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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 넷플릭스 제공


체중은 무려 10kg이나 늘렸다. 그는 “외적인 조건보다 미정의 걸음걸이가 중요했다”며 “경록이 쇼핑백을 들어주는 장면에서 미정의 리듬이 중요했는데 제 걸음걸이가 너무 가벼워 보여서 그 느낌을 바꾸기 위해 체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저의 감추고 싶은 초라한 모습 마주했죠”

‘파반느’는 고아성에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공통적으로 부족할지라도 올바름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었다”며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의 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제 초라한 모습은 혼자 감추고 싶었는데, 그걸 마주해야 했다”며 “그 과정을 겪고 나니 연기를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고아성은 미정이라는 인물을 “미생물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종필 감독이 붙여준 표현인데, 눈에 띄지 않으려고 평생 노력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일하고 도시락을 싸와 혼자 먹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편한 사람이다.”

그런 미정이 서서히 경록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그는 상대 배우 문상민과의 호흡에 대해 “200점 만점”이라고 했다. “촬영을 거의 순서대로 진행해 미정이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촬영 이후에는 영화의 장면들이 잔상처럼 남아 있다. 그는 “마치 상사병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에 담기지 않은, 제 시점에서 본 경록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며 “최근 영화를 본 관객이 같은 이야기를 하길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그는 영화 속 가장 떨렸던 장면으로 라벨의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연주를 감상하는 백화점 복도 장면을 꼽았다. “우연히 허락된 낭만 같은 순간이었고, 또 경록과 처음으로 몸이 밀착하는 장면이었다. 제 심장 소리가 경록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랐는데, 그 감정이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한다”고 돌이켰다.

그렇게 심장이 두근거렸던 또 다른 장면을 묻자 그는 경록과 복도 끝에서 서로 마주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주변 사람들은 천천히 움직이고 그 속에서 경록과 미정만 선명하게 보이는 그 장면이다. 그는 "그 순간 정말로 심장이 떨렸다”며 “제 기억 속에서도 슬로 모션처럼 남아 있는 소중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미정은 언제부터 경록을 사랑하게 됐을까? 그는 “물에 젖듯이 마음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왜 이렇게 잘해 주냐는 미정의 물음에 경록이 '물에 빠진 사람한테 왜 물에 빠졌냐고 묻는 건 안 되는 거예요'라고 답하는 순간, 미정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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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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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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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반느'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두 연인은 중간에 이별을 맞이한다. 프랑스 영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1990) 말이다. 미정은 아무런 설명 없이 경록을 떠난다. 그는 “경록의 집 앞에서 라면 먹고 싶다고 말할 때 이미 편지를 쓸 준비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장미맨숀 101호. 주소를 기억하기 위해 되뇐다고 봤다.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 떠날 준비를 한, 사랑하기에는 너무 나약한 사람이었다”고 미정을 설명했다.

유난히 멜로영화를 좋아해 신중하게 골랐고, ‘파반느’를 찍기 위해 중간에 다른 멜로영화 출연도 거절했다는 고아성. 그는 “멜로 영화를 찍게 된다면 꼭 담기길 바랐던 장면이 있었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며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뿐 아니라 혼자 있을 때도 든든하고 씩씩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정에게 경록이야말로 바로 그런 존재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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