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롯한 중동 내 긴장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실질적인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원료 조달이 막히고 해운사의 중동 노선 운항이 중단되는 등 ‘충격의 도미노’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과 LG화학(051910)은 최근 고객사에 일부 제품에 대한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공지했다. 이들 기업은 공문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인해 핵심 원료 조달 및 제품 운송 수단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알렸다. 두 회사 모두 “아직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은 아니며 가능성에 대해 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제품 공급 지연을 우려할 만큼 상황이 긴박한 게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여천NCC가 국내 업계 최초로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 이어 대형 석화사들까지 공급 차질을 예고하면서 산업 전반의 생산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수입 나프타의 절반 이상을 중동 노선에 의존하고 있어 에틸렌 등 기초 화학제품 생산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된다.
해운업계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HMM(011200)은 이날 고객사에 서한을 보내 아라비아만, 홍해, 아프리카 동부 해역 등 중동 항로의 화물 운송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규 예약도 일시 중단됐다. 이미 운송 중인 화물에 대해서는 안전한 대체항만으로 우회하는 조치를 적용하되 컨테이너당 1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받기로 했다.
HMM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예약은 의미가 없다”며 “중동 지역에서 선박과 선원, 화물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지금으로선 운항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항공(003490)은 인천~두바이 노선 결항 기간을 오는 28일까지 연장했다. 두바이 공항 당국이 운항 금지 기간을 추가 연장 통보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중동 노선을 운항해왔던 만큼 사태가 장기화하면 노선 수익 손실과 함께 중동 지역 여객·화물 수요 공백이 불가피하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류 마비와 생산 차질이라는 실물 경제의 충격으로 이어지면서 산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해운과 항공 노선의 동반 중단으로 물류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유가 상승 압력까지 더해질 경우 소재·부품·에너지 전반에 걸친 비용 충격이 제조업은 물론 소비자 물가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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