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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포화·정권 통제 사이 고통···이란 국민들 “우리가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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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폐허가 된 거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한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과 차량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다. 11일(현지시간) SNS에 공개된 영상을 캡처한 화면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가장 격렬한 공습’ 경고한 날 테헤란 전역 폭격…주민들 “지옥”
이란 당국은 모즈타바 후계자 선출 후 “시위대 적 간주” 강경 대응
네타냐후 “자유 이란” 반정부 시위 촉구에도 체제 종식 징후 없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이란 모든 구성원이 독재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이란을 건설해야 할 때가 왔다”며 이란인들을 향해 반정부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이란인들은 미·이스라엘의 폭격과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정권의 통제 사이에 낀 채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가장 격렬한 공습”을 경고한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 주민들은 밤새 폭격에 시달렸다. 한 주민은 “지옥 같았다”며 미·이스라엘의 공습이 개전 후 가장 심각했다고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전쟁 역사상 이렇게 민간인 희생을 피하려고 시도한 국가는 없었다”고 했지만 이란에서는 민간인 사망과 민간시설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리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전쟁 발발 이후 1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학교 및 교육기관 65곳과 주택 8000채를 포함해 민간시설 약 1만곳이 파괴됐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7~8일 테헤란 인근에 있는 저유소를 폭격해 검은 연기가 대기를 가득 채우면서 테헤란에는 강한 산성 성분의 ‘검은 비’가 내렸다. 주민들은 “최루탄이 공기 중에 퍼진 것 같다” “지옥으로 가기 전 마지막 정거장”이라고 묘사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검은 비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산성비로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적으로는 차기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된 이후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아흐마드 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은 이날 국영TV를 통해 “누구든 적의 의도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를 단순한 시위대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적을 상대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원들은 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검문소가 늘어났고, 정부는 시민들에게 “치안을 교란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적과의 직접적 협력으로 간주하고 혁명수비대 정보기관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이스라엘 공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아파트 발코니에서 환호성을 질렀던 한 주민은 치안당국이 ‘소요가 또 일어나면 아파트를 급습하겠다’고 경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 전역의 군사·정보·경찰 시설이 초토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치안을 책임지는 세력이 붕괴했다는 뚜렷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란 정치경제학자 모하마드 말주는 SNS에 “권위주의에 지쳐 있던 사회가 갑자기 외부에서 타오른 불길 한가운데에 놓이게 됐다”며 “전쟁은 개혁의 문도, 해방의 지평도 열어주지 않았다”고 썼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신정체제가 무너지기를 희망하는 이란인도 있지만, 지속되는 전쟁에 대한 절망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지난 1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총탄에 눈을 맞아 다친 20대 남성은 “우리가 희생자다. 이슬람공화국 때문에 피해를 봤고 그 때문에 벌어진 이 전쟁은 우리에게 또 해를 끼치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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