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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키워드] "3월인데" 자사주 소각 발표 153건, 이미 지난해 절반···코스피 '불장' 타고 밸류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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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등 주요 기업들, 3월 주총 앞두고 '결단'
2025년 연간 320건 대비 올해 '급증세'
아주경제

[사진=연합뉴스]



'기업 금고'에서 잠자고 있던 자사주가 세상 빛을 못 보고 줄줄이 소멸 중이다. 주요 기업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맞아 자사주 소각 등 실질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 나서면서다.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주주가치 극대화 행보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11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결정 공시는 총 153건으로 집계됐다. 1분기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총 건수(320건)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월별로는 1월 28건에서 2월 89건으로 급증했다. 주총 시즌이 본격화된 3월에도 36건으로 소각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총 85건이다. 이날 ㈜한화는 자사주 445만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약 1263억원치로 전체 보통주의 5.9% 수준이다.

전날에는 삼성전자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보유 자사주의 82.5%를 향후 4개월 내 전량 소각하기로 밝혔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6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전체 주주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거래소 정식 공시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SK㈜도 삼성전자와 같은 날 발행주식 20%에 해당하는 4조8000억원대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SK하이닉스, 롯데 지주, ㈜LS, 포스코홀딩스 등 우량주로 꼽히는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행렬에 동참 중이다.

올해 공시 건 외에도 현대자동차, ㈜LG, ㈜두산 등 자사주 소각 이행을 미리 예고한 기업까지 합산하면 연내 자사주 소각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사주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회사가 법인 자금으로 사들여 보유하는 주식을 뜻한다. 의결권과 배당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시 우호 세력에게 주식을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 이 때문에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나아가 기업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연이어 대규모 소각에 나선 것은 현실로 다가온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달 6일부터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의 경우 1년, 기존 자사주는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등 자사주가 주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게 활용될 여지를 원천 봉쇄했다. 개정안에 따라 자사주를 쌓아두는 행위가 자칫 주주 소통에 미온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법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강력한 밸류업 드라이브 기조도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핵심 국정과제로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걸며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해소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주주 환원 우수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자사주를 활용한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는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코스피 5000 돌파 기념 오찬 자리에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부터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한 본격적인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며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 법안 신설을 여당 의원들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총을 앞두고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국내 증시에 장기적 호재가 될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이달 들어 미국의 대이란 공습으로 국내 증시가 하락세인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사를 밝힌 기업을 중심으로 반등 조짐도 나타난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12% 오른 19만원에 마감됐다. ㈜한화 역시 12만9600원으로 2.86% 상승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기업들의 선제적인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를 강화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책 효과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정부 차원의 보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김나윤 기자 kimnayo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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