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호르무즈 해협 항로에 대해 사실상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중동·홍해 지역 화물 운송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이란 전쟁 여파로 해당 해역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며 선박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대응이다. 아라비아만과 홍해로 향하는 신규 화물 예약도 전면 중단되며 글로벌 해상 물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HMM은 11일 화주들에게 "전쟁 발발과 적대 행위, 상선 공격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 안전이 급격히 악화돼 관련 항로 운항 및 화물 운송에 대한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고 통보했다.
HMM은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홍해·아프리카의 뿔 지역 항구에서 선적되거나 해당 지역으로 향하는 화물에 대한 신규 예약 접수를 즉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미 예약된 화물이라도 아직 선적되지 않은 경우 현재 상황에서는 운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지역으로 향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선적된 화물에 대해서는 선하증권 약관에 따른 권리 행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운송 중인 화물은 항로가 변경되거나, 필요할 경우 가장 가까운 안전 항구에서 하역될 수 있다.
HMM은 운송 차질에 따른 비용으로 컨테이너당 1000달러의 운송 차질 비용도 부과하기로 했다. 해당 비용은 화물 처리와 보관, 항로 변경 등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다.
HMM 관계자는 "최근 해당 항로의 여러 선박이 이란 전쟁으로 인해 안보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선박과 선원, 화물의 안전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이번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긴장이 글로벌 해상 물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요충지로, 항로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물류와 에너지 시장에도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중견선사를 통한 대체 운송 확대를 통해 물류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장금상선과 고려해운 등 일부 중견선사가 중동 지역에 컨테이너선 운항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HMM 물동량을 최대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는 오는 12일부터 '해상운송 지원반'을 공식 가동하고 HMM 운항 제한에 따른 공급망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견선사 투입으로도 물동량 대응이 어려울 경우 정부가 직접 스팟 시장에서 컨테이너선을 확보해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이는 가장 마지막에 고려할 수 있는 대응 카드"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수부는 이번 조치가 국내 물류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해수부 관계자는 "페르시아만이나 홍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항로는 후티 사태 이후 이미 대부분 운항이 중단된 상태"라며 "이번 예약 중단이 유럽향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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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안전 악화로 '불가항력' 선언
HMM "선원과 선박, 화물 안전 고려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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