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스피 지수가 전장보다 126.13포인트(2.28%) 오른 5658.72로 개장해 오름폭을 조절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나란히 표시돼 있다. [연합] |
중동 사태로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행태가 두드러지고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자금은 물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장외 파생 거래 등 여러 층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시장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들어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3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중동 사태로 코스피가 역대급 낙폭과 반등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급락장을 매수 기회로 여기는 ‘한국 개미’ 특유의 투자 성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는 평가다. 특히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중동 사태가 국내 증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3일 32조8000억원에서 5일 33조6945억원까지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일부 감소해 9일 기준 약 31조7000억원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갚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초단기 레버리지 자금인 미수거래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3월 3일 1조600억원에서 4일 1조2040억원으로 늘어난 뒤 5일 2조1487억원으로 급증했다. 6일에도 2조983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대를 유지했다.
코스피 급락 이후 미수거래 반대매매 비율도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일평균 약 1.3% 수준이던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지난 5일 6.5%까지 치솟으며 평균의 약 5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청산은 지수가 낙폭을 일부 회복하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코스피 지수는 3일 7.24%, 4일 12.06% 급락한 뒤 5일 9.63% 반등하고 6일에는 강보합 흐름을 보였지만 같은 날 반대매매 비중은 3.8%로 여전히 평소 수준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금융투자협회는 미수거래의 반대매매만 공식 집계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미수거래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에 신용거래융자에 따른 반대매매까지 포함된 총 반대매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을 빌려 공매도 등에 활용되는 대차거래 잔액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144조154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최근 증시 급락과 관련, 다양한 레버리지 포지션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주가 하락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해석한다. 개인 ‘빚투’ 자금뿐 아니라 차액결제거래(CFD), 총수익스와프(TRS) 같은 장외 파생 거래까지 여러 층의 레버리지가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CFD나 TRS는 일정 수준 아래로 가격이 내려가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하고 더 하락할 경우 장중 강제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단순한 투자심리 변화라기보다 일부 레버리지 포지션에서 마진콜 성격의 매도 압력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초 이후 국내 주가 상승 폭을 감안하면 국내 CFD 계좌에서 연쇄적인 장중 반대매매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해외 레버리지 포지션이나 스왑 계약 등 역외 거래에서 마진콜이 먼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은 해외 투자에서도 나타난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은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속슬(SOXL)’이다. 약 일주일 만에 약 13억달러가 순매수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인 4500만달러의 약 3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MSCI 코리아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코루(KORU)’ 역시 약 1억6000만달러가 순매수되며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형주 중심 지수의 하루 변동률을 세 배로 확대해 반영하는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처럼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을 집중하는 이유로는 중동 사태로 커진 시장 변동성이 꼽힌다.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시장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구조적으로 높은 위험을 안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기준으로 배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복리 효과로 손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하루 10% 상승한 뒤 다음 날 10% 하락하면 지수는 약 1% 하락하는 데 그치지만 3배 레버리지 ETF의 경우 첫날 약 30% 상승한 뒤 다음 날 30% 하락하면서 전체 수익률은 약 9% 손실로 확대될 수 있다.
국내 증시 역시 이달 들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며 하루에 10% 가까이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과도한 투자는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 빚투에 레버리지 투자 성향 등까지 겹쳐지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각종 투자 커뮤니티에서도 “하루만에 수천만원을 잃었다”는 식의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투자 위험 관리에 나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신용거래 관련 투자 위험 안내를 강화하고 고위험 상품인 레버리지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투자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을 지시했다. 홍태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