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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놀이 피부 해친다” 스킨케어 거물 주장 사실일까 [건강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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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레티놀 사용과 자외선 차단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킨케어 전문가의 주장과 피부과학 연구 결과를 비교해 건강한 피부 관리의 균형점을 짚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레티놀은 대표적인 항노화 성분으로 꼽힌다. 피부 재생과 주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 수십 년간 연구가 축적돼 왔다. 자외선 차단 역시 피부 관리의 ‘기본 상식’으로 여겨진다. 특히 한국에서는 선크림이 피부 노화를 막는 필수적인 관리법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최근 “선크림을 지나치게 사용하고 레티놀 같은 기능성 성분을 과도하게 쓰는 것이 오히려 피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스킨케어 브랜드 창업자이자 피부 재생 전문가로 알려진 바바라 스투름(Barbara Sturm) 박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레티놀과 각종 필링·레이저 시술은 피부 장벽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며 최소한의 화장품과 생활습관 관리가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킨케어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레티놀과 선크림에 대해 기존 통념과 다른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과연 그의 말은 얼마나 사실일까.

● “피부에 너무 많은 일을 시키고 있다”

스투름 박사는 최근 뷰티 업계에서 유행하는 강한 각질 제거 시술과 기능성 성분 사용이 오히려 피부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레이저 시술, 산성 필링, 레티놀 등으로 피부를 계속 ‘다시 깎아내려고(resurface)’ 한다”며 “이 과정에서 피부 장벽이 무너지고 피부가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적인 안티에이징 성분으로 꼽히는 레티놀에 대해 “피부 미생물 환경을 약하게 만들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투름 박사는 정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염증 반응을 줄이는 방식의 피부 재생 치료를 연구해 왔다. 2002년에는 환자의 혈장을 이용해 피부 재생을 유도하는 ‘뱀파이어 페이셜(vampire facial)’ 시술을 개발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201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킨케어 브랜드를 설립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그가 제안하는 피부 관리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페이스 크림과 히알루론산 제품 정도의 최소한의 화장품만 사용하고 피부의 자생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 “아침 햇빛은 필요하다”

자외선 관리에 대해서도 그는 기존 통념과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스투름 박사는 “큰 모자와 선크림으로 하루 종일 햇빛을 차단하는 것은 몸을 자연광에서 완전히 분리시키는 것과 같다”며 “자외선이 낮은 아침 햇빛은 신체 리듬과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한 자외선 환경에서는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레티놀 효과는 수십 년 연구로 검증

하지만 피부과학계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레티놀은 수십 년 동안 연구가 축적된 대표적인 항노화 성분으로 평가된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A 유도체인 레티놀은 피부 속에서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 활동을 억제하고 새로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80세 이상의 노화된 피부에서도 레티놀 사용 후 콜라겐 합성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햇빛으로 손상된 피부(광노화)에 레티노이드 성분을 사용했을 때 주름과 색소 침착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레티놀이 표피 세포 분열을 촉진해 피부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스투름 박사가 주장한 ‘피부가 얇아진다’는 설명과는 다른 해석이다.

● “레티놀, 초기 자극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

전문가들은 레티놀이 장기간 피부 장벽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희범 웰니스365의원 원장은 “레티노이드는 여드름 치료와 광노화 개선을 위해 수십 년간 사용돼 온 대표적인 성분”이라며 “사용 초기에는 홍반이나 건조, 각질 같은 자극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각질세포 턴오버 증가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농도와 사용 방법을 지키면 콜라겐 합성 촉진과 광노화 개선 등 피부 구조 개선 효과가 다수의 연구에서 확인된 성분”이라고 말했다.

● 자외선 차단, 여전히 피부 관리의 기본

자외선 관리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 원장은 “햇빛이 피부에서 비타민 D 합성에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외선 노출은 피부암과 광노화의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타민 D는 식이나 보충제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자외선 차단을 하지 않은 채 햇빛에 노출될 필요는 없다”며 “상황에 맞는 자외선 차단은 여전히 피부 건강 관리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 핵심은 ‘균형’

전문가들은 과도한 스킨케어와 무조건적인 배제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피부 장벽을 보호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 스투름 박사의 주장에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지만, 레티놀과 자외선 차단 역시 과학적으로 검증된 피부 관리 방법이라는 점에서 상황에 맞는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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