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설전이 국제 유가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전날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요동을 쳤던 흐름이 일단 진정세를 보였다.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했다는 미국 정부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유가는 떨어졌다.
10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 등에 따르면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45달러로 전장보다 11.9% 떨어졌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119달러까지 올랐다가 같은 날 장중 배럴당 84달러까지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하루 낙폭은 2022년 3월 이후 가장 컸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가 종가 기준 10% 넘게 하락한 것은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조기에 끝날 것이란 낙관론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전쟁의 끝’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9일(현지 시간)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the war is very complete)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공화당 행사에서는 “우리는 중동에 잠시 들러 악을 제거하려 했다. 이는 ‘단기적인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을 향한 군사작전 종료 시점에 대해 “궁극적으로 작전은 최고사령관(대통령)이 군사적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 종료될 것”이라며 “이란이 자신들의 선언 여부와 무관하게 완전하고 무조건적 항복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때 전쟁이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항복 선언 등 없이 저항을 계속하더라도 미국이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날 오후 늦게 회원국 정부의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주요 7개국(G7) 에너지 장관들이 공급 차질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IEA의 회원국들은 총 약 12억 배럴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30개국 이상 회원국이 “현재 공급 시장 및 시장 상황 안전성을 평가해 긴급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 유가가 다시 80달러선으로 내려왔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국 해군이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X에 밝혔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현재 시점에서 미 해군이 유조선이나 어떤 선박도 호위하지 않았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여전히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라이트 장관의 X글 ‘해프닝’에도 브렌트유 가격은 다시 크게 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적어도 미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미국 측의 종전 시사에 대해 성명을 내고 “전쟁의 주도권과 종결은 이란에 있다. 미국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며 “미국과 시오니스트 정권이 공격을 계속할 경우, 석유 수출은 단 1리터도 적대 세력 및 그 동맹국으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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